[데이터뉴스 = 안신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9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피아트크라이슬러 지주회사 엑소르의 이사회에 참석한 가운데, 자동차전장 부문의 대형 기업인수합병(M&A)를 성사시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3일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부품 자회사인 마그네티 마렐리의 일부 또는 전체 인수를 비밀리에 협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부회장은 2012년부터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회사 엑소르(Exor)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이번 인수협상도 이런 공적 네트워크와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또 27일에는 세르조 마르키온네 피아트크라이슬러 CEO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블룸버그 TV와 인터뷰를 통해 “삼성전자와 공급회사로도 잠재적인 전략파트너로서도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해 인수 가능성을 높혔다.
이번 인수는 삼성의 해외 M&A 사상 최대규모인 3조4000억원 규모로 이 부회장 체제에서 이미 성사시킨 10건의 M&A에 이어 11번째 시도되는 것이다.
만약 이번 딜이 무산되더라도 삼성전자는 또 다른 대형 부품사 인수를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동차 마니아인 이건희 회장의 영향을 받은 이 부회장이 자동차 관련 사업에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 전자장비부품사업은 삼성의 5대 신수종 사업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에게 있어서 신 성장 동력 개발과 성공은 후계자 지위를 넘어서기 위한 승부수다. 2000년대 인터넷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했다 실패한 과거를 지우기 위해서라도 신사업의 성공은 꼭 필요하다.
삼성의 자동차 사업은 지난해 말 권오현 부회장 직속에 전장사업팀이 꾸려지며 본격 시작됐다. 2000년 삼성자동차를 르노에 매각한 이후 16년 만이다. 지난달에는 세계 1위 비야디(BYD)에 지분을 투자했다. 삼성SDI는 아우디와 SUV 전기차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본격 개막으로 자동차 분야는 반도체와 전자부품의 새로운 성장 분야로 부각될 것”라며 “자동차 사업을 자체적으로 키워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략적 제휴 또는 인수합병은 사업적 역량을 키우기 위한 인수합병은 적절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재용 체제 하에 삼성의 변화는 이 뿐이 아니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했고 사업의 틀도 산업과 금융부문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양대 축으로 재편됐다.
변화에 빠르게 대처 가능한 조직 슬림화를 위해 2014년 74개였던 계열사 수는 2년 만에 59개로 줄었다. 이 과정에서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테크윈, 삼성정밀화학 등 화학 방산 계열사를 한화와 롯데에 매각 했다. 실적이 나쁜 회사들도 아니었다.
실제 CEO스코어에 따르면 한화는 삼성과의 빅딜로 새로 편입된 한화토탈, 한화종합화학 덕분에 해외매출이 6조4000억 원에서 14조3000억 원으로 121.6% 증가했다.
또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삼성의 1인자가 맡아온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에 올랐다. 스마트싱스와 루프페이 등 다양한 벤처기업을 인수하며 소프트웨어 기술력도 강화했다.
올 들어서는 컬처 혁신이 더해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원과 소통하고 공감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기업문화 바꾸기 전략이다.여름철 근무 복장으로 반바지가 허용되고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7개이던 기존 직급도 4단계로 줄였다. 수원시 영통구 삼성로 삼성전자 삼성디지털시티 수원사업장 센트럴 파크에서는 반바지 차림의 삼성 직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년여 간 삼성에 자신의 색을 입히고 있는 이 부회장이지만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승계를 위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위기에 빠진 중공업과 건설 부문에 대한 정상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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