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위기 현실화 조짐…“세계 경제의 뿌리 흔들리나” 불안한 미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미국 정치 시스템이 현명한 결정 못 내리면, 세계는 ‘대공황급 충격’ 맞을 것”

미국 달러는 세계 기축통화로서, 글로벌 무역과 금융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미국의 국채는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안전자산으로 간주돼 왔다. 미국의 정치적·경제적 안정은 그 신뢰의 기반이었다. 

그러나 최근 달러 가치가 급락하고 외국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을 매도하면서, 세계 경제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정정책과 정치적 불확실성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전 세계가 안전자산으로 믿었던 달러와 미 국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최근 게재했다. 실제로, 미국 달러화는 최근 9% 이상 하락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오르는데도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것은,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의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외국 자산운용사들의 미국 자산 매도세도 이어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문제의 핵심은 미국 내부의 재정 정책과 정치적 불확실성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과 무분별한 감세 추진은 재정적자를 더욱 키웠다. 무역 전쟁으로 관세가 10배 가까이 증가했고, 재정 적자는 GDP 대비 7%로 건강한 경제체제에서는 보기 드문 수준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는 감세 정책을 확대하며 오히려 적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은 내년까지 약 9조 달러(약 1경 2805조 2000억 원)의 부채를 재조달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 중이며, 2026년에는 친정부적 연준 의장을 임명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연준의 독립성과 정책 신뢰도가 흔들릴 우려가 크다. 여기에 더해 외국인 투자자의 권리를 위협하는 독단적 조치들이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외면할 경우, 미국 정부는 높은 금리 부담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곧 세계 금융시장에 연쇄 충격을 일으킬 수 있다.

달러 시스템의 불안정성은 글로벌 무역과 금융 시장에 연쇄적 충격을 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달러를 대체할 통화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유로는 안전자산이 부족하고, 일본은 부채가 많으며, 금과 가상화폐는 국가 보증이 없다. 결국 미국이 흔들리면 전 세계가 함께 흔들리는 구조다.

달러의 위상 약화는 미국에게도 재앙이다. 달러 강세가 만들어온 낮은 자본조달 비용은 기업과 가계 모두에게 유리하게 작용해왔다. 이제 그 기반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재정 적자와 정책 불확실성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큰 충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국채 시장의 불안정성이 은행권과 헤지펀드까지 퍼질 경우, 신흥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의 통화는, 그 통화를 뒷받침하는 정부만큼만 신뢰를 받는다”면서 “미국 정치가 재정적자 문제를 외면하고 혼란스럽거나 차별적인 규칙을 계속 추구할수록, 세대에 한 번 올 대격변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라고 우려했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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