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오일뱅크가 정유 4사 중 유일하게 부채비율 20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로 인한 자본적지출(CAPEX)과 유가 상승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으로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건전성의 기준선으로 일컫는 부채비율 200%를 웃돌고 있다.
5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HD현대오일뱅크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말 부채비율이 230.4%로, 주요 정유 4사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은 곳은 HD현대오일뱅크가 유일하다.
HD현대오일뱅크의 부채비율은 2019년 말 136.3%로, 에쓰오일(151.4%)보다 낮았다. 하지만, 이듬해 부채비율이 대폭 상승해 정유 4사 중 가장 높은 178.4%를 기록했다. HD현대오일뱅크의 부채비율은 계속 상승해 2021년 말 216.4%까지 올라갔다.
2022년 말 부채비율이 184.9%로 내려가며 SK이노베이션(189.2%)보다 낮아졌지만, 지난해 말 다시 200%를 넘어서며 1위를 기록했다.
HD현대오일뱅크의 부채비율은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가 이어져 3개월 만에 25.0%p 올라갔다.
통상 부채비율 200%를 넘어서면 재무건전성이 양호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한국신용평가는 HD현대오일뱅크에 정유 4사 중 가장 낮은 AA-(무보증사채 기준) 신용등급을 부여했다. GS칼텍스는 AA+,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은 AA 등급을 받았다.
HD현대오일뱅크의 높은 부채비율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이뤄진 신규 설비 증설 및 운영에 따른 CAPEX 증가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신규 부두건설에 900억 원, 2019년부터 2021년까지 MTBE 공장 신설에 880억 원,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중질유분해설비(HPC) 사업에 3조1285억 원을 투자했다.
HD현대오일뱅크의 부채비율 상승은 운전자금 부담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주요 대규모 투자가 끝난 지난해 CAPEX 규모가 줄었지만, 고유가, 고환율에 의한 운전자금(원자재의 구매 및 기업의 운영과 관련한 자금) 부담 등으로 재무 부담이 증가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대규모 시설 투자로 부채가 증가했고 이후 지속적인 영업흐름으로 부채를 줄여야 하는데 지난해 4분기에 시황이 좋지 못해 개선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잠깐 시황이 좋았던 지난 3분기에는 미리 계획된 TA(주기적인 대정비작업)로 다른 정유사와 달리 영업이익 특혜를 누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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