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박시연 기자] 오너2세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이 보유하고 있던 차바이오텍 주식을 관리종목 지정 직전 모두 처분한 것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내부 정보에 의한 주식 거래'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김 부사장 승진 3개월 만에 터진 이번 '부정 거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김 부사장의 입지에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이 차바이오텍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 전에 주식 8만2000여주를 모두 처분한 것에 대해 모니터링에 나섰다.
차바이오텍은 지난 3월22일 회계법인 감사에서 ‘한정’의견을 받은 뒤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문제는 차바이오텍의 최대주주가 김 부사장의 장인인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이라는 점이다.
김 부사장은 지난 2016년 4월 차바이오텍이 임상비용 마련 등을 위해 발행한 전환사채(CB) 440억 원 가운데 10억 원가량을 매입했다. 이후 52주 신고가를 새로 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지난 1월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꿨다.
김 부사장은 1주당 1만2137원에 매입했던 CB를 전환한 뒤 1주당 평균 3만4923원씩, 총 29억 원에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거래로 김 부사장은 약 19억 원가량의 이익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같은 달인 22일 차바이오텍이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금융당국은 김 부사장의 보유 주식 매도 시점과 관리종목 지정 시점이 인접해 있는 점을 놓고 거래 과정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DB그룹 관계자는 "김 부사장이 내부 정보를 알 수 있는 위치도 아니고, 매각을 한 시점이 감사 이전이기 때문에 미리 알고 매도했다는 것은 무리가 있을 듯 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미지 쇄신 작업을 진행하던 DB그룹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김준기 전 회장이 여비서 상습 성추행 혐의로 피소되면서 오너리스크로 큰 홍역을 치룬 DB그룹은 같은 해 11월 동부그룹에서 DB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이미지 쇄신 및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외아들인 김 부사장이 승진 3개월 만에 또 다시 논란에 휩쌓인 것이다.
김 부사장은 지난 2009년 1월 동부제철 차장으로 입사해 동부건설, 동부팜한농, 동부금융연구소 등을 거쳐 입사 9년 만에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김 부사장 승진 이후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김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등판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김 전 회장이 올해 74세로 나이가 많은데다 지분 승계 확보 작업도 이뤄진 상태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지주사격인 DB Inc. 지분 18.21%, DB손해보험 지분 9.0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업계에서는 만약 김 부사장의 부정거래가 밝혀질 경우 DB그룹의 이미지 하락은 물론 창업주 일가의 도덕성 논란이 다시 점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회장 역시 차명계좌를 통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내부정부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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