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nificent 7’은 이제 끝. ‘3 AImigos’가 왔다”

FT, “OpenAI·Anthropic·SpaceX 등 ‘세 AI 네이티브’가 투자 독식할 것”

“‘Magnificent 7’은 이제 끝. ‘3 AImigos’가 왔다”

스페이스엑스(SpaceX)의 기업공개(IPO)를 시작으로, 오픈에이아이(OpenAI)·앤트로픽(Anthropic)이 상장을 예고, 글로벌 증시가 들썩이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과 자금은 미국 증시를 10년 넘게 지배해 온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7. 사진 위)’으로부터, 이들 ‘3인의 AI 친구들(3 AImigos)’로 이동할 듯하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전망했다. 

Magnificent 7은 △알파벳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 등 7개 테크기업을 가리키는 용어. 3 AImigos는 AI 네이티브 기업인 반면, Magnificent 7은 지금까지 AI투자의 ‘대리수단’ 역할을 해온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장기적으로는 △AI 모델 기업 △AI 인프라 기업 △AI 에이전트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 여부가 수익률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이밖의 중소형 성장주는 점점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1960년 영화 Magnificent 7에서, 총잡이들은 멕시코의 한 마을을 약탈자들로부터 구해낸다. 이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스스로 싸우는 법을 가르쳐 준다. 영화의 결말이 인상적인 이유는, 영웅들이 스스로를 불필요한 존재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FT는 설명했다. 마을 사람들은 외부의 구원자를 더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총잡이들은 자신들의 성공 때문에 세상이 달라졌음을 깨닫고 떠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는 이보다 오히려 영화 3 Amigos(사진 아래)가 더 익숙할 수 있다. 마틴 쇼트, 체비 체이스, 스티브 마틴이 출연한 코미디다. 이제 주식시장의 Magnificent 7 역시 비슷한 운명을 맞게 될지는 미지수라고 FT는 주장했다.

이달 초 일론 머스크는 SpaceX를 상장시켰다. 이 기업가치는 한때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모두 추월한 뒤 약 2조 달러(약 3075조 2000억 원) 수준에 안착했다. SpaceX는 로켓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투자자들이 부여한 가치의 상당 부분은 사실상 머스크의 AI 비전에 기반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들 다수는 SpaceX의 가치평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SpaceX가 한때 마이크로소프트를 넘어섰을 때, 시가총액은 최근 ‘12개월 매출’의 140배 수준이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 시가총액은 최근 ‘12개월 순이익’의 22.5배 수준이었다. 헤지펀드 거물인 빌 애크먼은 이를 두고 “SpaceX가 가치 있는 이유들 중 하나는, 그 자체가 매우 가치 있기 때문일 뿐”이라고 비꼬았다.

SpaceX에 이어, Anthropic과 OpenAI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두 기업이 상장에 나서면서 향후 수년간 사모시장을 지배했던 것처럼, 공모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독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FT는 내다봤다.

이제 관심은 Magnificent 7으로 향하고 있다. 그동안 이들은 AI의 직접 수혜주라기보다, AI 관련 대리(proxy) 투자처의 역할을 해왔다고 FT는 밝혔다. 이들을 보유하는 것은 곧 AI에 투자하는 간접적인 방법이었다는 것. Magnificent 7은 최근 몇 년간 폭발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며 에스앤피(S&P)500 시가총액의 약 1/3을 차지하게 됐다. 

불과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OpenAI 지분 27%를 보유했다. 알파벳은 Anthropic 지분 약 14%, SpaceX 지분 5%를 가졌다. 

아마존은 Anthropic 초기 투자로 700억 달러(약 107조 6320억 원) 이상의 평가이익을 확보했다. 또, 최근 OpenAI에 추가 500억 달러(약 76조 8800억 원) 투자를 약속했다. 엔비디아는 이들 세 회사 모두와 재무적으로 연결돼 있다. 즉, 상장시장에서 AI에 투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가 Magnificent 7이었다.

하지만 진짜 AI 기업들이 상장된다면 Magnificent 7은 어떻게 될까? 이러면, 대리수단은 결국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약화시키게 될 것으로 FT는 진단했다. 최근 분기 기준 알파벳의 사상 최대 이익 626억 달러(약 96조 2537억 6000만 원) 중 거의 절반이 3 AImigos의 투자지분 평가이익에서 나왔다는 것. 아마존 역시, 세전 이익의 절반 이상이 투자지분 가치 상승에서 발생했다.

과거,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FT는 제시했다. 2014년 알리바바 상장 전에는 투자자들이 이 중국 전자상거래 성장에 투자하기 위해 ‘야후’를 샀다. 그러나 알리바바가 상장하자, 야후는 순식간에 ‘지난 시대의 주식’이 됐다. 당시 야후의 알리바바 지분가치가 야후 전체 시가총액보다 더 커지면서, 시장은 야후의 본업 가치를 사실상 마이너스로 평가했다는 것.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당시 야후보다 훨씬 강력한 기업이다. 그러나 SpaceX가 이들 기업을 시가총액 기준으로 추월한 지금, 자금의 로테이션 가능성은 현실적 논의가 되고 있다.

더 큰 변화도 있다. 3 AImigos의 등장은 단순히 Magnificent 7에 대한 위협이 아니다. 자본시장의 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FT는 강조했다.

20세기에는 성장기업들이 상장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나 지금은 가장 가치 있는 기업들이 비상장 시장에서 성장한다.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몇 차례 투자 유치를 받으며 몸집을 키운 뒤에야, 비로소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본은 두 곳으로만 몰린다고 FT는 말했다. 첫째, 초대형 상장기업(Magnificent 7). 둘째, 초 고평가 비상장기업(OpenAI·Anthropic·SpaceX)이 그것이다. 그 사이에 있는 수많은 중견 성장기업들은 점점 소외되고 있다. 사모펀드가 보유한 약 3만2000개 기업, 벤처투자를 받은 1700개 이상의 유니콘이 대표적이다. 투자자 관심과 유동성이 양극단으로 쏠리면서, 전통적 상장기업 생태계는 점점 왜곡되고 있다.

3 AImigos의 매력은 분명하다. 이들은 ‘AI 네이티브 기업’이다. Magnificent 7은 기존 사업에 AI를 접목한 기업들이지만, 3 AImigos는 처음부터 AI를 중심으로 설계됐다고 FT는 역설했다.

SpaceX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이들이 겨냥하는 AI 시장 규모는 26조5000억 달러(약 4경 757조 원)에 달한다. 이는 현재 미국 국내총생산(GDP) 전체와 맞먹는 수준이다.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성장속도는 전례가 없다. Anthropic의 연환산 매출은 불과 3개월 반 만에 140억 달러(약 21조 5390억 원)에서 470억 달러(약 72조 3189억 원)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아이러니는 Magnificent 7이 단순히 AI 열풍에 편승한 것이 아니라는 점. 오히려 이들은 AI 인프라를 구축했고, 자본을 공급했고, 기술 발전을 촉진했다. 

FT는 자신들이 키운 기업들의 성공이, 결국 자신들의 지배력을 위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해설했다. 영화 Magnificent 7의 총잡이 율 브리너와 스티브 맥퀸이 끝부분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무기를 쥐여줬던 것처럼. 그리고 마침내, 마을 사람들은 이들 총잡이 없이 스스로 번영할 수 있게 됐던 것처럼.

“‘Magnificent 7’은 이제 끝. ‘3 AImigos’가 왔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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