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옥중 '뉴삼성'...바늘방석 앉은 삼성CEO

[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박근혜·최순실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대대적인 인적청산에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최지성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가 퇴각하면서, 이제 재계의 시선은 삼성 계열사 최고경영진(CEO)들의 거취에 쏠린다.

특히 비서실,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로 이어지는 그룹 컨트롤타워 출신들은 좌불안석이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이들 조직은 그간 삼성 고위직으로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이 됐고, 실제 계열사 CEO 대부분은 이 조직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총수를 지키지 못한 컨트롤타워는 전격 해체의 수순을 밟으며, 미래전략실 출신 고위 임원일수록 가시방석에 자리지키기가 버겁다.

역설적이게도, 이재용 부회장의 '뉴삼성'은 옥중 경영을 통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28일 삼성SDI 신임 사장으로 선임된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장과, 2일 신설된 글로벌품질혁신실 실장으로 위촉된 김종호 삼성중공업 생산부문장(사장)은 모두 비서실 및 구조본 경력이 없다.

6일 데이터뉴스 인맥연구소 리더스네트워크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 CEO 61명 중 비서실 및 구조본 출신 인사는 10명에 달한다.

우선 올 1월 임기가 만료된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이 비서실 출신이다. 안 사장은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등과 함께 지난 1월 임기가 끝났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인사가 지연되면서 연임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김 사장은 미전실 관련 인사는 아니지만 최근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으로 금융감독원의 면책경고를 받으면서 연임에 위기가 닥쳤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 김동환 삼성라이온즈 대표, 차영수 삼성선물 사장 등은 비서실과 구조본 담당 임원을 지낸 경력이 있다.

이 외 김봉영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사장,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육현표 에스원 사장 등도 비서실 및 구조본 출신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17일 구속된 이후 불과 보름여 만에 미전실 해체, 자율경영 강화 등 5대 쇄신안을 발표하고, 문책성 인사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이 부회장의 옥중경영이 정상가동 되는 셈이다. 앞으로 삼성 계열사 인사가 이사회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이 부회장의 의지와 무관하게 흘러갈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이재용 시대 변화 과도기를 맞아 권오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과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등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 역시 비서실, 구조본 경력이 없다.

권 부회장은 삼성 반도체 부문에서 30년 넘게 일하며 D램·낸드플래시 세계 1위를 이끌었고, 최 사장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카드 등 주요 계열사를 이끌었고 삼성물산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차기 부회장 1순위로 꼽힌다.

대표이사가 아닌 인물 중에서는 삼성전자 이인용 커뮤니케이션 팀장(사장), 김상균 법무팀장(사장), 이상훈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 등이 미전실 권한을 넘겨받아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상훈 사장은 구조본과 전략기획실, 미전실 등에서 모두 일했다.

재계 관계자는 “비서실과 구조본, 미전실 등은 지금까지 총수의 측근으로 그룹 경영을 담당하며 고위직으로 올라갔으나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이들의 존재는 사실상 무의미해졌고, 스스로도 면목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부회장 구속을 앞두고 최지성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 등 1, 2인자가 서로 책임을 미루며 오너방패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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