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삼성 '컨트롤 타워'가 불안하다.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자칫 그룹오너의 부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제기된 때문이다.
삼성은 당장 18일 예정됐던 수요사장단 회의를 취소하고, 이 부회장의 영장 실질심사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 심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삼성 오너의 경영 부재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놓고 삼성은 물론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삼성의 고민은 지난해 말 이 부회장이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더 좋은 경영자 있으면 물러나겠다”는 발언을 한 후부터 짙어졌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당시 발언에 대해 전문경영인으로서 부품, 완제품, 금융 등 전 사업 영역을 전문성 있게 관할할 수 있고, 사회적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대상자가 나타나면 물러나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이 가능한 인물을 지칭한 셈이다.
다만 그룹 차원에서 능동적으로 이 같은 인사를 물색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 관계자는 “찾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지만, 찾는다 하더라도 객관성 결여를 문제 삼는 등 논란 소지가 다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반삼성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회사 측이 내세운 인사가 객관성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외부 추천을 통해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다. 조직문화, 직원 사기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공백 사태가 발생할 경우 신종균 부회장이나 권오현 부회장 등 측근 인사 중 한명이 그룹을 이끌어 가는 것도 ‘막후경영’ 비난 목소리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두 사람 모두 삼성의 핵심 인사로, 이 부회장과 호흡을 같이해 왔다.
그렇다고 삼성이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궁지에 몰리자 면피용 발언을 했다는 지적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오너에 대한 비난 여론은 회사 입장에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삼성은 청문회 이후 내부에서 이 부회장 발언과 관련해 이런 저런 고민을 했지만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는 발언이 즉각 실행으로 이어진 것과 대조된다. 삼성은 미전실 해체 및 축소와 관련해 “당장은 특검 조사로 어렵지만 추후 변화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즉각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며 “특검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법원에서 잘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구속 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심문은 조의연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부장판사(사법연수원 24기)가 맡는다.
한편 삼성은 삼성전자 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 미전실 해체 및 축소, 미국 자동차 전장 업체 하만 인수 완료, 올해 27조 원 규모 사상 최대 시설투자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컨트롤 타워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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