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중앙’ 되나

신한·하나·국민 등 은행권 이어 토스 등 핀테크업체들과도 잇따라 ‘디지털 원화동맹’ 논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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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중앙’ 되나

삼성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원화 동맹’을 위해 삼성은 금융과 정보기술(IT) 계열사를 총동원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투자 수준을 넘어, 삼성은 연구·정책 제안·은행 컨소시엄·결제 인프라까지 연계한 ‘풀 패키지 전략’을 가동하려 하는 것으로 읽힌다.

삼성, 주요은행 등과 ‘원화코인 드림팀’ 가동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사용 전 과정을 아우르는 협력 체제를 은행 등 주요 금융사들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삼성은 디지털자산기본법·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등 상황을 지켜보며, 관련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논의중이다.

삼성은 최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등과 각각 회동하며 ‘국가대표급 원화코인 드림팀’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은 국민은행, 토스 등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 컨소시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업계는 삼성이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된 ‘삼성 월렛’, △삼성에스디에스의 블록체인 보안 기술, △삼성카드·삼성증권 등 계열사의 금융 역량, △글로벌 제조·물류 네트워크 등에서 글로벌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삼성월렛은 약 1900만명의 이용자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으로, 교통카드, 모바일신분증, 멤버십, 쿠폰까지 다양한 생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 라이선스와 자본력을 앞세워 준비금 관리와 금융상품 설계를 준비중이다.

삼성글로벌리서치가 정책설계 밑그림 그려
삼성의 움직임은 단순히 컨소시엄 참여를 넘어선다. 그룹 싱크탱크인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가 앞장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제적 효과와 규제 프레임을 세밀하게 제시하며 사실상 ‘정책 설계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삼성글로벌리서치는 지난 2025년 국회 ‘원화 스테이블코인 쟁점과 과제’ 토론회 등에서,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연간 수천억 원대의 해외 송금·결제 비용을 줄여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공급망 자동결제·실물자산 토큰화 등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글로벌리서치 전진 박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테더(USDT) 등 달러 기반 코인에 잠식당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외화 유출을 막고, 원화 국제화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박사는 당시 토론회에서 △100% 현금·국채 등 고품질 자산 준비, △일 단위 공시·외부 감사,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방식의 자본 규제, △1대1 환전 의무 등을 제안하며 ‘은행 바젤 규제 수준의 스테이블코인 감독 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통화정책 왜곡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에 대해서는 “실질 영향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적절한 규제를 전제로 혁신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정치권도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제도 설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원화 국제화의 모멘텀으로 삼고, 외환 모니터링·신원확인(KYC)·자금세탁방지(AML) 체계를 전제로 기업 활용을 적극 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회에선 포괄 금융법과 별도 외환 규율을 병행하는 방안이 논의되며, ‘은행 과반 지분 컨소시엄 우선 허용’을 골자로 한 제도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연간 수천억 송금 비용 절감”…‘새 먹거리’
삼성글로벌리서치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수천억 달러(수백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연간 거래 규모는 이미 비자의 전체 결제액을 넘어섰다. 스페이스엑스가 실제로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해 해외 매출을 본사로 송금하고, 토요타는 자동차 토큰화·모빌리티 플랫폼에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체계를 구상 중인 사례도 소개됐다. 

이와관련, 전 박사는 “지급과 결제가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 덕분에 결제 소요 시간을 줄이고 금융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며 “기업 해외송금, 글로벌 비투비(B2B) 정산, 공급망 금융, 토큰 증권 등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 입장에서도 예금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을 병행 발행해 신용창출 구조와 디지털 자산 사업을 결합하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 입장에선 갤럭시 스마트폰과 삼성월렛, 삼성에스디에스의 블록체인·보안 기술, 삼성카드·삼성증권 등 금융 계열사를 하나로 엮어 ‘스테이블코인 기반 디지털 결제·자산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다. 

업계에선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 온·오프라인 가맹점, 기업 간 정산망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깔릴 경우, 삼성은 ‘네트워크 운영자’ 위치를 노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규제 리스크 속 “동맹의 중심” 선택
물론 위험도 적지 않다. 스테이블코인의 코인런(대규모 환매)과 디페깅(가치 이탈) 우려가 부각되면서, 각국 규제 당국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은행 수준의 자본·준비금 규제를 요구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을 잠식하고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삼성은 이런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은행 중심 컨소시엄’ 구조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준비금 100% 보유, 상시 공시·감사, 발행·유통 분리 등 강한 규제를 전제로 제도권 안에서 사업을 키우겠다는 것. 삼성의 구상이 현실화되면, 향후 갤럭시 단말기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온·오프라인 결제까지 가능한 ‘국민 코인’ 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IT 기업이 단독으로 뛰어들기에는 규제 부담이 너무 크다”며 “삼성처럼 글로벌 브랜드와 기술력을 갖춘 그룹이 은행과 손잡는 형태가 향후 표준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권선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