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전기차(EV) 시장 수요 둔화 영향 속 인공지능(AI) 가속기용 고부가 회로박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에 나섰다.
29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지박 판매량 감소에 따른 가동률 하락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장 가동률은 2023년 76.9%에서 2024년 64.7%로 낮아진 데 이어, 올해 3월 초에는 43.9%까지 하락했다. 3분기 49%로 소폭 반등했으나, 낮은 가동률로 고정비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 회사는 2024년 3분기부터 적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은 343억 원으로 전년 동기(317억 원 손실)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전기차 업황 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AI 가속기에 사용되는 초극저조도(HVLP) 회로박 사업 비중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매출 비중은 12% 수준이나, AI 반도체 시장 확대로 인한 고성능 회로박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향후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회로박은 일본 미쓰이금속이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며 독점해왔으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공급처 다변화 전략에 따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시장 진입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두산 전자BG(비즈니스그룹)에 HVLP 4급 동박 공급을 확정하며, 엔비디아 공급망에 포함된 고객사와의 거래를 확보한 상태다.
특히 국내 경쟁사인 솔루스첨단소재가 전지박에 집중하기 위해 AI 가속기용 동박이 포함된 동박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비중국산 회로박 시장에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공급 부족을 고려해 2026년부터 관련 매출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실적발표에서는 다수 고객사로부터 AI용 회로박 캐파 증설을 요구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연산 2만 톤 규모의 국내 익산 공장 내 전지박 생산라인 대부분을 AI용 회로박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3000톤 수준인 회로박 생산 능력을 2026년 1.7배, 2028년 5.7배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전지박은 국내에서도 일부 생산하지만, 주로 말레이시아 공장과 건설 중인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내년까지 연간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AI용 회로박 매출이 본격화되는 2026년 이후 실적 개선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2027년을 전후로 흑자 전환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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