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IT서비스 계열사 롯데이노베이트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인 메타버스와 전기차 충전 사업의 부진이 커지고 있다. 두 분야 모두 사업을 중단하는 기업이 잇따를 정도로 전망이 밝지 않아 당분간 어려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7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롯데이노베이트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매출 1조1804억 원, 영업이익 257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1조1967억 원) 대비 1.4% 줄었고, 영업이익은 전년(569억 원) 대비 54.8% 감소했다.
롯데이노베이트의 실적 하락에는 신사업을 맡은 자회사의 부진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메타버스 사업을 담당하는 칼리버스는 지난해 13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1년 새 적자 규모가 79억 원 늘었다.
전기차 충전 사업을 하는 이브이시스도 영업손실이 2023년 26억 원에서 지난해 133억 원으로 급증했다.
메타버스와 전기차 충전 사업 모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제시한 4가지 신성장 테마의 핵심 영역 중 하나다. 롯데그룹은 2022년부터 ▲바이오앤웰니스 ▲모빌리티(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 등)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메타버스) 등 4가지 신성장 테마로 삼아 집중 투자하고 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이 중 메타버스, 전기차 충전 사업 등의 중추 역할을 부여받았다.
롯데이노베이트는 메타버스 시장 진입을 목적으로 2021년 7월 120억 원에 칼리버스(구 비전브이알)를 인수했다. 이후 3차례에 걸쳐 총 52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또 전기차 충전기 시장 선점을 위해 2022년 1월 이브이시스(구 중앙제어)를 690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유상증자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지분 57.68%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와 전기차 충전 사업 모두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관련 서비스 중단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KT가 메타버스 사업을 접은데 이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올해 초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축소했다. 메타버스에 공을 들였던 게임업계도 속속 발을 빼고 있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컴투스 등 주요 게임기업들이 개발을 중단하거나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처럼 메타버스 서비스 중단이 이어지는 것은 막대한 투자에도 수요가 일어나지 않아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 기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전기차 충전 사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 침체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줄었고, 세계 각국이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는 등 확산 정책 속도를 늦춰 어려움이 가중됐다.
최근에는 LG전자가 관련 사업 중단을 발표했다. 지난달 LG전자는 시장의 성장 지연과 가격 중심 경쟁구도 심화 등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전략적 리밸런싱 차원에서 전기차 충전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기차 충전기 제조를 담당하는 자회사 하이비차저는 청산 절차를 밟는다. 하이비차저는 LG전자가 60%, GS에너지와 GS네오텍이 각각 34%와 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칼리버스와 이브이시스 역시 이 같은 시장 환경에 영향을 받고 있다. 두 회사는 롯데이노베이트에 인수된 뒤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칼리버스는 4년간 23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이브이시스는 3년간 188억 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롯데이노베이트는 두 사업 모두 플랫폼 사업이라는 특성상 투자가 선행돼야 하며, 향후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익이 실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들 신사업은 단기적인 성과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한 투자와 시장 소통을 통해 진화하며 더 매력적인 서비스로 커 나갈 것”이라며 “재편되는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이브이시스의 경우 지속적인 유저 유입으로 운영사업 실적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고, 미국 등 해외 진출을 통한 제조부문 매출도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칼리버스의 경우 다양한 활동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으며, 특히 인공지능(AI)과의 접목, 3D 영상기술 등을 통해 더 많은 유저가 플랫폼에 빠르게 유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심 데이터뉴스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