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박 투톱' SKC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매출 성장세를 보였으나, 전기차 캐즘 영향으로 수익성을 잃었다. 두 회사는 올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실적 턴어라운드를 노린다.
21일 데이터뉴스가 관련업계 취재를 종합한 결과, 국내 주요 동박 기업인 SKC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모두 2024년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를 냈다.
동박이란 황산구리 용액을 전기화학 분해해 만든 얇은 구리박으로, 전기차, ESS등의 배터리,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에 쓰인다.
SKC는 매출(1조7216억 원)이 전년(1조4935억 원) 대비 15.3% 증가했지만, 적자는 전년(-2137억 원) 대비 확대된 -2768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매출이 전년(8090억 원) 대비 11.5% 증가한 9023억 원을 기록했으나, 64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전기차 캐즘에 의한 고객사 재고조정 여파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사 모두 가동률 낮추며 고정비 부담이 증가해 적자를 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경우 소재 부문 가동률은 2022년 97.5%에서 2023년 76.9%, 2024년 64.7%까지 낮아졌다. SKC는 이차전지소재에서 34%의 가동률을 기록했다.
다만 점진적인 전기차 회복세에 따라 고객사 재고조정은 1분기를 기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 실적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 이에 더해 양사의 턴어라운드 포인트가 다른 것이 눈에 띈다.
SKC는 말레이시아 공장의 본격 가동에 따라 가동률이 올해 초 50%대로 상승했으며, 중화권 고객사 판매 증가에 따라 적자 폭을 축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반도체 분야의 차세대 소재인 유리기판(글라스기판)에서 선두를 달려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리 기판은 MLCC 등 다양한 소재를 내부에 넣어 표면에 대용량 CPU와 GPU를 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기존 기판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는 40% 빨라지고, 전력소비와 패키지 두께는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다. 이 제품은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서 크게 활약할 것으로 관측된다.
SKC는 세계 최초로 반도체 유리기판을 상업화했다. 고객사 인증을 올해 안으로 마무리 할 예정이며, 미국 조지아에 구축한 공장에서 시생산 가동을 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하이앤드 제품인 AI가속기용 HVLP4급 동박 판매 본격화로 3분기 흑자전환이 전망되고 있다.
AI가속기란 AI 연산에 특화된 칩을 의미하며, 엔비디아의 '블랙웰'이 대표 제품이다. HVLP 동박은 현재 3세대까지 나와 있으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업계 최초로 4세대를 개발, 전북 인산1공장에 연산 1800톤 규모의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또한 이 AI가속기용 동박은 엔비디아향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작년 12월부터 공급을 시작해 매출이 발생했다고 밝혔으며, 올해 매출은 300억 원 안팎으로 전망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에 따르면, AI가속기에 사용되는 HVLP3 이상 고사양 동박 제품은 2030년까지 매년 4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 기업은 고사양 AI사속기용 동박 시장 점유율을 50% 이상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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