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완 LG전자 대표가 냉난방공조(HVAC) 사업의 고성장세를 눈여겨보고 드라이브를 세게 걸었다. 담당 조직인 ES 사업부문을 신설했고, 글로벌 R&D센터도 구축했다.
12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LG전자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H&A(생활가전) 사업부문 매출은 지난해 33조2033억 원을 기록해 전년(30조1683억 원) 대비 10.1% 증가했다.
H&A 사업은 매년 꾸준히 매출 성장을 이어가는 중이다. 2023년에는 30조 원을 돌파했고, 지난해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2021년 2조 원대에서 2022년 1조 원대로 떨어졌지만, 다시 끌어올려 2024년 2조446억 원을 기록했다.
H&A 사업의 핵심 성장 요인에는 가전 구독과 함께 HVAC 사업이 꼽히고 있다.
HVAC 사업의 주요 제품에는 ▲초대형 냉방기 칠러(Chiller) ▲빌딩, 학교, 공공기관 등의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 ▲가정용 에어컨 등이 있는데, 특히 칠러의 성장세가 매섭다. 칠러는 차갑게 만든 물을 열교환기를 통해 순환시켜 시원한 바람을 공급하는 냉각 설비다.
LG전자는 2011년 LS엠트론의 공조사업부를 인수하며 칠러 사업에 뛰어들었다. 칠러는 공장 등 대규모 공조수요처에서 사용되며,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라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3년간 연간 15% 이상의 매출 성장을 거뒀고, 2023년에는 2022년 대비 30% 가까운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HVAC 사업은 LG전자의 2023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부터 본격 언급됐는데, 사업 규모가 커져 지난해 말에는 기존 H&A(생활가전) 사업에서 분리돼 별도 신설한 ES(Eco Solution)사업으로 이관됐고, H&A는 HS(Home Appliance Solution)로 명칭이 변경됐다.
LG전자는 수주 기반으로 운영되는 HVAC 사업의 본질과 시장 및 고객 특성을 고려할 때 분리된 독립 사업본부로 운영하는 것이 미래 경쟁력 극대화에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HVAC 시장의 고성장세도 이러한 사업재편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기업 IBIS 월드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HVAC 시장 규모는 약 584억달러로 추정되며 2028년에는 61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조주완 LG전자 대표는 HVAC 사업을 글로벌 탑티어로 성장시킨다는 목표 아래 기술 고도화를 위해 연구개발(R&D)에도 아낌없는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LG전자는 2023년 11월 미국 알래스카, 지난해 6월 노르웨이 오슬로, 8월에는 중국 하얼빈의 주요 한랭지에 히트펌프 연구 컨소시엄을 구축했다.
알래스카 연구실은 실제 주거공간과 비슷한 환경에서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 히트펌프 온수기 등 제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슬로 연구실은 습도가 높은 기후환경에 특화된 연구를 하고 있다. 하얼빈 연구실은 주거용 에어컨 등을 테스트하며, 극한의 환경에서의 난방 성능, 에너지효율 등 포괄적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또한 LG전자는 한국 창원, 미국 애틀랜타,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도네시아 벵갈루루, 인도 노이다 등에서 5개의 에어솔루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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