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 지주회사 ㈜코오롱이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냈다. 그룹 주력 계열사 4곳의 사내이사에 오른 이규호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보여줄 첫 무대였다는 점에서, 적자전환은 더 뼈아픈 대목이다.
11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코오롱의 잠정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매출 6조243억 원, 영업손실 81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2.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당초 ㈜코오롱은 지난달 11일 지난해 22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2주 뒤인 지난달 25일 외부감사인 감사 중 계정 재분류로 인한 손익 변동사항을 반영한 결과, 영업손실을 냈다고 정정공시했다.
㈜코오롱이 영업손실을 낸 것은 2008년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처음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실적이 공시된 1994년 이후로도 첫 번째 영업손실 기록이다.
㈜코오롱의 영업이익은 2021년 3322억 원, 2022년 3110억 원, 2023년 993억 원으로 하락세를 이어왔고, 이규호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지난해도 반등하지 못하고 결국 적자를 냈다.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자회사 실적 부진이 원인으로 꼽힌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영업이익은 2023년 1997억 원에서 2024년 1587억 원으로 20.5% 감소했고,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394억 원에서 176억 원으로 55.4% 하락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48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로 돌아섰다.
㈜코오롱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아라미드 생산시설 정기보수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줄었고,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소비 위축과 전기차 수요 둔화로 실적이 하락했다. 또 코오롱글로벌은 건설 원가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2024년은 이웅렬 코오롱 명예회장의 장남 이규호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할 시험무대였다는 점에서 ㈜코오롱의 실적 악화가 더 뼈아플 수밖에 없다.
1984년생인 이 부회장은 지난해 ㈜코오롱 대표이사를 비롯해 코오롱인더스트리 사내이사, 코오롱글로벌 사내이사,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내이사 등 코오롱그룹 주력 4사의 등기이사에 올라 코오롱그룹 경영 중심에 섰다.
이 부회장은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해 ㈜코오롱,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등 주력 계열사에서 경력을 쌓고, 코오롱그룹 입사 11년 만인 2023년 11월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코오롱그룹의 차기 후계자로 꼽히지만, 다른 재벌의 차기 리더군과 달리 지주사나 주력 계열사의 지분이 전혀 없다.
아버지인 이웅렬 명예회장은 201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 명예회장은 현재 그룹 지주사 ㈜코오롱의 지분 49.74%를 보유한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그룹 경영 2년차인 올해 실적 반등 성적표를 내거나 최소한 성장 모멘텀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코오롱은 올해 주력 계열사의 실적 개선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코오롱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아라미드 펄프 증설, 신규 고객 확보를 통한 라인업 다각화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또 코오롱글로벌은 공공부문과 비주택 수주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실적 개선을 추진하고,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브랜드 관리역량을 높이고 중고차 판매 등 신규 서비스를 확장하는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는 게 ㈜코오롱 측 설명이다.
다만, 올해도 미국의 급격한 정책 변화 등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국내 경기의 지속적인 위축 등으로 코오롱그룹의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건설, 모빌리티 분야의 전망 역시 밝지 않다는 점이 이 부회장이 경영 성과를 올리는데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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