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에쓰오일 명운 걸렸다…샤힌 프로젝트 현장에 가다

9조2580억 투자, 전체 EPC 공정 진행률 39.8%…2026년 완료되면 에쓰오일 석유화학 비중 25%로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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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 힌프로젝트 건설현장에서 배관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는 회사의 명운과 직결되는 프로젝트입니다.”(박성훈 에쓰오일 공장지원 부문장)

지난 22일 에쓰오일(S-OIL)은 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 진행 중인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에 기자들을 초청, 공사 현황과 프로젝트 의의를 소개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인 9조2580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완공되면 에쓰오일의 사업 중 석유화학 비중이 25%로 2배 이상 확대돼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만큼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의 자긍심으로 여겨지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의 전체 EPC 공정 진행률은 현재 계획 공정 대비 약 1% 선행 진행 중인 39.8%으로, 설계 91%, 구매 50%, 시공 23%다. 샤힌 프로젝트는 2026년 6월 준공 목표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본격적인 프레스 투어에 앞서 박성훈 에쓰오일 공장지원 부문장은 “샤힌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에쓰오일의 사이즈가 더 커질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자부심이 많다”고 말했다.

공장 단지를 둘러보기 위해 본관에서 나와 버스로 향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거대한 공장 단지에서 불어 온 기름 냄새가 빗속을 뚫고 공기 중에 감돌았다. 당일 현장은 아침부터 비가 많이 와 현장 작업이 중단된 상태로, 아무도 없는 공장에 거대한 기계 장치만 돌아가고 있었다. 

버스에서는 엔지니어인 한 에쓰오일 관계자가 샤힌 프로젝트 추진 배경과 공정 과정을 설명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전기차가 증가하면 가솔린과 디젤을 덜 쓸 것이다. 전 세계 정유사가 이를 인지해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에쓰오일 또한 에너지 제품인 가솔린, 디젤보다는 실생활에 꼭 필요한 석유화학 제품의 판매 확대로 이동하고자 했고, 그 일환이 샤힌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또 “샤힌 프로젝트는 스팀 크래커, TC2C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스팀 크래커는 라이트한 유분, 가스 등을 넣어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에틸렌 등을 만드는 공정이고, TC2C는 원유를 깨서 스팀 크래커의 원료로 만들어주기 위한 공정이라며, 큰 콘셉트에서 보면, 결국 에틸렌과 폴리에틸렌을 더 많이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샤힌 전망대 전경. 에틸렌 생산을 위한 핵심설비인 크래킹히터(오른쪽 시설물)가 도입되는 등 본격적인 설비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에쓰오일


공장을 버스로 둘러본 뒤 북상단에 위치한 전망대에 도착했다. 안전모를 쓴 건설 관계자들이 기자들을 맞았다. 비는 거의 그쳤지만, 전망대로 향하는 길목에 깔린 멍석을 발로 밟자 스며들었던 빗물이 흘러나왔다. 전망대에서는 샤힌 프로젝트의 건설 부지 전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샤힌 프로젝트는 현대건설이 주간사로,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DL이앤씨와 함께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전망대에서는 샤힌 프로젝트의 EPC 컨소시엄을 리드하고 있는 이현영 현대건설 샤힌사업단 컨트롤 디렉터가 공사 진행 현황을 설명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총 3개의 패키지로 나뉘는데, 패키지1은 스팀크래커와 TC2C, 패키지2는 저장장치인 탱크, 패키지3은 폴리머공장이 핵심이다. 패키지1은 41만㎡, 패키지2는 40만1000㎡, 패키지3은 7만㎡로, 총 부지 면적은 88만1000㎡(약 26만 평)에 달한다.

이현영 컨트롤 디렉터는 “패키지1은 주 공정이 스팀크래커로, 납사 등을 가열해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뽑아내고 수증기를 포함해 열 분해 공정이라고도 한다”며, 스팀 크래커는 10개 중 8개가 하부 설치돼 있고, 상부 컨벤션 모듈까지 공사가 착수된 상태로 지난 6월 기계공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팀 크래커 우측에 TC2C 설비가 있는데, 일반 정유 공정 분류단계에서 납사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신공법으로 전 세계에서 처음 적용된다”며 스팀 크래커 10개 중 8개는 납사 전용 크래커로, TC2C에서 생산한 납사(원료)가 리퀴드 형태로 들어가고, 나머지 2기는 가스용으로 기존 공정에서 유입되는 가스를 크래킹해서 뽑아내는 공법이라고 덧붙였다.

샤힌 프로젝트의 스팀 크래커는 연간 180만 톤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했으며, 단일 설비 기준 세계 최대 규모다. 에쓰오일은 고효율 가스터빈 발전기를 통한 자가발전 및 고온의 폐열 회수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에너지 효율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스팀(폐열)이 들어가는 이유는 공정 과정에서 원료와 함께 스팀을 넣어 스팀과 원료 비율에 따라 크래킹 정도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해안가에서 5.4km 가량 떨어진 패키지2에서는 폴리머공장이 건설되고 있다. 폴리머 공장은 패키지1에 위치한 스팀크래커에서 생산한 에틸렌을 원료로,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고부가가치의 폴리머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패키지2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화 창고도 건설 중이다.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패키지1 근처에 위치한 패키지3 내 탱크 스토리지는 패키지1에서 생산된 에틸렌, 프로필렌을 저장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추후 에틸렌과 프로필렌은 패키지2 내 폴리머 공장으로 이동한다. 현재 탱크는 기초공사가 진행 중이다.

▲샤힌 프로젝트 건설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안전 조회를 하고 있다. / 사진=에쓰오일


정동건 에쓰오일 프로젝트 구매·관리·조정부문 상무에 따르면, 원유로 직접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인 TC2C (Thermal Crude to Chemical)는 모회사인 사우디 아람코(Aramco)와 미국 루무스 테크톨로지(Lummus Technology)가 협력해 개발한 원천기술이 탑재돼 있다.

TC2C는 원유 등의 원료를 신규 분리 및 촉매 기술을 적용해 정제하고, 석유화학 원료용 유분의 수율을 70% 이상 생산할 수 있다. 

정동건 상무는 “에쓰오일은 기존 공정에서 나오는 납사도 있지만, 원유를 TC2C에 넣어 바로 납사와 LPG 등을 생산해 투입할 것”이라며, “이는 기존의 복잡한 연속 공정 대신 최적화된 공정”이라고 말했다.

TC2C는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최초로 상업 가동될 예정이다.

정 상무는 “앞서 에쓰오일은 복합석유화학시설(RUC/ODC) 프로젝트에서도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상업 가동을 한 적이 있다”며, “이밖에도 몇 개의 전 세계 최초 공정들을 가동한 경험이 있고, 이런 경험을 대주주 아람코에서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향후 정유에서 석유화학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TC2C와 스팀 크래커가 연계된 공정이 보다 경쟁력 있고 나아가야 할 방안이기 때문에 최초로 적용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샤힌 프로젝트는 대규모 일자리 창출, 3조 원의 경제적 가치 등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탄소 배출량 증가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신규 설비의 에너지 효율, 탄소저감 신기술 적용 수준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산업계 전반으로는 탄소배출 저감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의 노후화된 NCC 설비를 대체하게 된다면, 전체 에틸렌 생산설비의 탄소배출량 측면에서 배출량이 현격하게 감소하는 나비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