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고성장에 맞춰 공격적인 투자를 펼쳐왔지만, 전기차 캐즘에 실적 성장세가 꺾여 투자 조절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26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LG에너지솔루션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 기업의 올해 상반기 시설투자비는 5조828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12월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해 탄생한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열풍과 함께 실적이 고공행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은 2021년 17조8519억 원에서 지난해 33조7455억 원으로 2년 만에 89.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685억 원에서 2조1632억 원으로 181.5% 상승했다.
이에 맞춰 생산설비 신·증설 등을 위한 시설투자도 증가했다. 2021년 4조320억 원이던 투자비는 2022년 6조2909억 원, 지난해에는 10조8906억 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역시 40%에 육박하는 높은 시설투자비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만, 이같은 공격적인 투자 기조는 조정 국면을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배터리 업황이 나빠지면서 실적 성장세가 저하되고 있는 것과 맞물린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매출 12조2906억 원, 영업이익 3527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9.9%, 67.8%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9%로 전년 동기(6.2%)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투자 유연성을 극대화해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대처하는 것이다. 전방 수요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전략적 우선순위를 고려해 신규 캐파의 확장 속도 조절과 함께 필요 시 증설 규모를 축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CEO 메시지를 통해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글로벌 생산역량을 확보했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라며 “지금은 투자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기”라고 언급했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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