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극재 진출을 노리던 국내 기업들이 손을 놓고 있다. 국내 유일 흑연계 음극재 생산기업 포스코퓨처엠도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완전한 국산 배터리를 위해서는 국내 음극재 분야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데이터뉴스가 포스코퓨처엠의 실적발표자료를 분석한 결과, 포스코퓨처엠의 올해 상반기 음극재 매출이 전년 동기(1239억 원) 대비 19.6% 감소한 99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인천에서 중국의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이후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불안의 목소리가 커지고, 국내 배터리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등 국산 배터리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가 오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음극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 없이는 완전한 국내산 배터리는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기준 글로벌 음극재 시장 점유율은 1위 BTR(24%), 2위 샨샨(15%), 3위 지첸(9%), 공동 4위 샹타이, 신줌, 카이진(이상 8%), 공동 7위 쿤티안, XFH(이상 4%), 공동 9위 동다오, 포스코퓨처엠(이상 3%)이다. 포스코퓨처엠을 제외한 9곳이 중국 기업이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정책과 함께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와 전기료를 바탕으로 높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태양광 같은 영역에서는 저가 물량 공급으로 인한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미국이 관세를 매기는 등 방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미국 IRA의 최종안에 따르면, 음극재는 주원료인 흑연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2026년까지 예외소재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배터리 제조사들이 중국산 음극재를 사용해도 미국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중국산 음극재의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음극재 시장 진출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 기업인 엘앤에프는 지난해 6월 일본 기업 미쯔비시케미컬과 음극재 합작사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합작사를 포함한 음극재 사업 진출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양극재 기업인 에코프로비엠도 음극재 진출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사업 소식을 알리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흑연계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 또한 상황이 좋지 않다. 음극재 매출은 2021년부터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다 올해 상반기에 꺾였다.
매출 비중도 크게 감소했다. 2020년 34.1%에서 올해 상반기 7.2%까지 줄었다. 음극재에서 수익을 내기 힘들어지자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산 음극재 분야가 중국산에 대응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공급망 안정화 차원에서 흑연 음극재 사업은 꼭 지켜야 하는 영역”이라며 “중국과의 경쟁에서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도움이 절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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