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고사양 카메라 모듈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LG이노텍은 AI 도입으로 고난도 공정을 요하는 부품의 램프업(Ramp-up, 양산 초기 수율향상을 통한 생산능력 확대) 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사례로 초기 수율 안정화를 통한 원가경쟁력 제고 효과를 거두며 LG이노텍은 고도화된 ‘제조(Industrial) AI’를 기반으로 수익성 중심 경영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전략이다.
고부가 신제품 양산 초기의 낮은 수율은 제조업에서 통상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 동시에 극복해야 할 난제다.
보통 양품 생산이 가능한 적확한 공정 레시피(Recipe)를 찾아내기까지 수차례의 시뮬레이션 및 테스트 생산을 반복한다. 이 과정이 길어질수록 실패비용(F-Cost, 제품 양산 후 불량을 바로잡기 위해 발생하는 비용)이 늘어나고 대량 양산이 지연된다.
이로 인한 납기 미준수는 고객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부품사들이 초기 수율 안정화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LG이노텍은 이 같은 업계 난제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이 AI에 있을 것으로 보고 2021년부터 공정 불량을 사전 예측하는 AI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해에는 업계 최초로 ‘AI 공정 레시피’를 회사의 주력 제품인 고사양 카메라 모듈 공정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LG이노텍은 최초 설정된 공정 전체 프로세스를 AI가 전수 점검해 불량 발생이 예상되는 공정을 사전에 탐지한다고 설명했다.
불량 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AI가 기계의 작동 강도, 컨베이어벨트의 속도, 실내온도 등 공정 과정의 수많은 변수를 반영한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이를 통해 불량률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공정 레시피를 도출하는 원리다.
기존에는 카메라 모듈 양산 초기에 성능검사에서 불량이 감지되면 새로운 공정 레시피를 찾는 데 72시간 이상 소요됐다. LG이노텍은 ‘AI 공정 레시피’가 적용돼 이 과정이 6시간 이내로 단축됐다고 밝혔다. 엔지니어의 경험에 의존해 레시피 수정 및 샘플 생산을 수차례 반복해야 했던 번거로움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AI 공정 레시피 적용 결과, 기존 불량 검출률이 높았던 주요 검사항목에서 불량률이 최대 90% 감소했다고 밝혔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최적의 레시피 도출을 위해 카메라 모듈 공정 관련 데이터 수천만건을 AI에 학습시켰다”며 “이 같은 데이터 자산은 앞으로 회사의 품질 역량을 견인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공정 레시피 도입으로 카메라 모듈의 불량률이 낮아지면서 LG이노텍은 원가경쟁력 제고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1% 늘어난 1760억 원을 기록했다. LG이노텍은 AI 공정 레시피를 통한 카메라 모듈의 공정 혁신이 원가 경쟁력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LG이노텍은 올해 안에 AI 공정 레시피를 반도체 기판에도 확대 적용하는 등 AI를 활용해 수율을 높일 수 있는 제품 종류를 확대할 방침이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고도화된 AI를 활용한 디지털 제조공정 혁신을 이어가 압도적 기술∙품질∙생산 경쟁력으로 글로벌 기술 혁신 기업 입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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