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제맥주 업계 최초 코스닥 상장사 제주맥주가 매각된다. 불어나는 적자, 부분자본잠식 등 경영 악화로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 고조되는 위기감을 대변하는 모습이다.
27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제주맥주의 주식양수도 계약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제주맥주는 최대주주 엠비에이치홀딩스와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의 주식 864만 주 및 경영권을 1주당 1175원, 총 101억5600만 원에 더블에이치엠에 매각했다.
더블에이치엠은 자동차 수리 및 부품업체로, 지난해 26얼5000만 원의 매출과 3억230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제주맥주 매각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를 견디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맥주는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적자를 냈다. 2016년 10억 원이던 영업손실은 2022년 116억 원까지 늘어났다. 지난해에도 110억 원의 영업손실과 12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수제맥주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제주맥주는 성장했다.
2019년 73억 원이던 매출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216억 원으로 급증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정체성 확립해 ‘제주위트에일’, ‘제주펠롱에일’ 등을 출시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2021년에는 매출이 288억 원까지 늘어났고, 이 해 5월 수제맥주 기업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하는 등 성장을 지속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주류 트렌드를 따라 잡지 못하면서 매출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2022년 100억 원대 영업손실과 200억 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됐다.
업계는 주류 트렌드가 바뀌면서 수제맥주 시장이 위기에 놓여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2위인 세븐브로이맥주는 코넥스 시장에 상장, 내년에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전년(327억 원)보다 62.1% 하락한 124억 원에 그쳤고, 2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브랜드 고유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점이다. 주된 유통 채널이 편의점으로 브랜드의 고유한 맛을 보여주기보다 가격에 초점을 둔 판매로 단골 고객 유치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수민 기자 osm365@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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