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소주 수출을 늘리고 있는 베트남에 생산공장을 세우고 현지 시장에 본격적인 진입을 예고했다. 역시 베트남에 소주를 수출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와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싱가포르 법인은 최근 베트남 소주 생산공장을 세우기 위해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 사업자와 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하이트진로가 해외에 생산기지를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사는 베트남을 선정한 이유로 지리적 입지와 저렴한 인건비 등을 꼽았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공장 가동으로 원가 절감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공장 착공 및 완공 일정은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베트남에서 소주 1병 당(과일소주 기준) 7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12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72억 원)보다 79.2% 늘어난 수치다. 올해 상반기도 지난해 같은 기간(63억 원)보다 19.0% 늘어난 7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과일소주를 중점으로 베트남 시장 선점에 나섰다. '자몽에 이슬', '딸기에 이슬', '복숭아에 이슬' 등이 대표 수출 제품이다.
베트남에서는 K영화, K드라마를 통해 소주가 알려졌다. 특히 현지에서 맛 보기 어려운 과일의 향이 첨가돼 일반 소주보다 맛있고 도수가 낮은 과일소주가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한편, 하이트진로의 베트남 소주 생산공장의 규모와 투자금액 등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재무구조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0% 내외의 부채비율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익이 크게 줄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8.0%, 76.0% 하락했다. 지난 4월 출시한 켈리로 판관비가 급증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롯데칠성음료도 베트남에 과일소주 '순하리'를 수출하고 있다. 롯데칠성의 올해 상반기 소주 수출액은 339억 원으로, 전년 동기(330억 원) 대비 2.7% 증가했다.
다만 롯데칠성은 일반 소주 수출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전쟁 등 불안정한 대외 상황으로 아직 해외 진출은 계획이 없다"며 "만약 진출한다면 일반 소주보다는 '별빛청하'같이 도수가 낮고 맛 있는 술 위주로 동남아 시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오수민 기자 osm365@datanews.co.kr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심 데이터뉴스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