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보유 현금을 늘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1년 새 쌓아놓은 현금을 두 배 이상 늘렸다. 반도체 시장 반등에 대비하기 위한 시설 투자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두 기업의 올해 6월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5조9606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44조1294억 원) 대비 94.8% 증가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현금과 큰 거래비용 없이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일종의 대기 투자자금이다. 취득 당시 만기가 3개월 이내인 유동성이 매우 높은 단기금융상품이다. 영업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구입하는 데 쉽게 활용될 수 있다.
삼성전자의 현금 특히 많이 증가했다. 올해 6월 말 현재 79조9198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1년 전(39조5831억 원)보다 101.9% 늘었다.
삼성전자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등 현금 확보에 힘썼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ASML 주식 지분율은 3월 말 1.6%에서 6월 말 0.7%로 감소했다. 이를 통해 3조 가량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전기차업체 BYD의 주식 238만 주(지분율 0.1%, 약 1152억 규모)와 국내 장비회사 에스에프에이의 주식 154만4000주(지분율 4.4%, 약 676억 원 규모)도 매각했다.
확보한 현금은 반도체 시장 반등에 대비하기 위한 시설투자 등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시설 투자에 25조2593억 원을 사용했다. 지난해 상반기(20조2519억 원)보다 24.7% 증가했다.
연구개발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13조7778억 원으로, 전년 동기(12조1779억 원) 대비 13.1% 증가했다.
대규모 인수합병(M&A)도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1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의미있는 M&A를 향후 3년 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순 계산하면 내년 1월까지 M&A를 추진한다는 것인데,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은 제시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도 올해 들어 현금을 늘리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조408억 원으로, 전년 동기(4조5463억 원) 대비 32.9%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1조6949억 원의 회사채와 2조2337억 원의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주력했다. 또 하나은행으로부터 2000억 원 규모의 대출거래를 진행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에 들어서도 현금 확보에 힘쓰고 있다. 지난 7월 미래 투자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자산효율성과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이천캠퍼스의 수처리센터를 SK리츠에 매각하는 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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