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의 상반기 실적 부진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모양새다.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충당금을 많이 쌓았지만,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는 시장상황에 예치금, 채권 등 운용 금융상품에서 발생한 이익을 바탕으로 전반적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21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10대 증권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순이익 합계가 지난해 상반기 2조7023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3조201억 원으로 11.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키움증권이 10개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2498억 원이던 순이익이 올해 상반기 4259억 원으로 70.5% 상승했다. 순영업수익(판관비 차감 전 영업이익) 등이 증가한 덕분이다. 이 회사의 별도 기준 순영업수익은 지난해 상반기 5468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7291억 원으로 33.4% 상승했다.
키움증권의 순이익 급증은 업계 전망과 달리 투자자들의 주식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위탁매매수수료가 1.5% 하락하는데 그쳤고, 이자이익과 운용이익이 개선된 결과다.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2450억 원) 대비 43.9% 증가한 3525억 원이다. 운용이익은 -561억 원에서 1659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비우호적인 시장환경으로 실적이 악화됐던 이들 부문이 시장상황이 좋아지면서 개선됐다.
순수수료수익(3653억 원→3046억 원)은 16.6% 하락했다. 개인투자자들의 거래대금 증감에 영향을 받는 위탁매매 수수료는 3431억 원에서 3379억 원으로 1.5% 감소했다. 인수합병(M&A) 인수금융 주선 및 금융자문, 기업공개 수수료 등이 포함되는 기업금융 수수료는 889억 원에서 495억 원으로 44.3% 줄었다. 수수료비용도 -667억 원에서 -829억 원으로 손실폭이 늘었다.
지난 4월 말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로 인해 CFD 미수금 부담으로 키움증권의 순이익은 급감할 것이라는 업계 전망을 빗겨간 것이다.
NH투자증권도 순이익이 65.3%(2498억 원→3667억 원) 늘었다. 이 회사 역시 순영업수익이 증가했다. 26.6% 상승해 9529억 원을 기록했다. 키움증권과 마찬가지로 운용이익이 1470억 원에서 4914억 원으로 급증한 영향이다. 수수료이익(4605억 원→4138억 원)과 증권여신 및 예탁금 관련 이자이익(1339억 원→1248억 원)은 하락했다. 기타(유가증권대여·IPO청약·PEF운용관리보수 수수료 등) 수수료는 114억 원에서 -771억 원으로 적자전환됐다.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도 각각 40.1%, 35.6%, 28.0%, 23.6% 증가해 4042억 원, 2523억 원, 2419억 원, 4311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나증권은 가장 적은 순이익과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1383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345억 원으로 75.1% 하락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CFD 관련 충당금, IB 투자자산에 대한 손상 차손 인식 등의 영향으로 2분기에 적자를 기록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며, “실적 일회성 요인은 CFD 충당금으로 500억 원, IB 관련 평가손도 400억 원대, 펀드 보상금 관련 충당금으로 530억 원을 적립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의 충당금전입액은 지난해 상반기 38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051억 원으로 약 28배 늘었다.
대신증권(1672억 원→1231억 원), 미래에셋증권(4719억 원→3791억 원), 메리츠증권(4408억 원→3613억 원)도 상반기 순이익이 줄었다.
증권업계는 하반기 실적 전망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 거래량이 늘어나는 이유에서다.
다만, 부동산 PF 시장 침체 등으로 IB부문의 신규 딜 감소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부정적이다. 큰 규모로 한 번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성장동력이 주춤하는 추세여서 온전히 활력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수영 기자 swim@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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