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내부출신, 김성태 기업은행장의 최대 숙제는 한동안 멈춘 '새 피 수혈'이다. 희망퇴직을 통한 세대교체, 디지털전환에 속도를 붙이는 게 핵심이다.
기업은행은 다른 시중은행이 수년간 점포를 폐쇄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동안, 2016년 이후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세대교체가 더뎠고, 디지털화 전환 속도가 타 은행들에 비해 늦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13일 데이터뉴스가 기업은행의 역대 행장의 이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27대, 1961년 설립 이후 다섯번째 내부출신 행장으로 기록됐다. 역대 내부출신 행장은 김승경(17대), 조준희(23대), 권선주(24대), 김도진(25대) 행장 등이 있다.
김 행장은 충남 서천 출신으로 대전 상고를 졸업했다. 충남대 경영학 학사와 핼싱키대 MBA를 취득했다. 1989년 입행 이후 비서실장(2010년), 강동지역본부장(2015년), IBK캐피탈 대표이사(2019년), 기업은행 전무이사 수석부행장(2020년) 등을 역임했다.
당장 김 행장 앞에 놓인 과제는 2016년 이후 중단된 희망퇴직을 다시 가동하는 것이다.
감사원은 2015년 국책은행의 희망퇴직금 지급 규모가 과다하다고 지적했다. 이로인해 국책은행들은 2016년 이후 더 이상의 희망퇴직을 진행할 수 없었다. 다른 시중은행과 희망퇴직 조건을 맞출 수 없었던 게 가장 큰 이유다.
문제는 금융환경이 급속히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속도가 늦을 수 밖에 없다는 데 있다.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디지털 전환을 더디게 만들었다. 인력이 정체되다 보니, 그만큼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시중은행들은 온라인으로 주요 거래를 할 수 있게된 현재, 점포 수를 줄이고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에 힘을 쏟고 있다.
김 행장은 이같은 문제를 인식한 듯, 지난 3일 기자 간담회서 "기업은행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기재부 등 정부와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책은행 직원들은 희망퇴직 대신 임금피크제를 선택하고 있다. 국책은행의 희망퇴직자는 임금피크제 기간 급여의 45%를 퇴직금으로 받게 돼 있다. 이는 최대 36개월치 평균임금을 주는 시중은행들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자회사 CEO 인사 등의 과제도 있다. IBK캐피탈 등 주요 자회사 CEO 임기가 작년 3, 4월에 만료됐지만 아직 후임이 정해지지 않았다. 원칙적으로는 각 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주주총회 및 이사회 주총을 거쳐 선임하지만, 기업은행 자회사라는 점에서 정부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이는 새 정부 출범, 금융위와의 이견 등으로 인해 기업은행이 굵직한 인사 논의를 중단한 탓이라는 전언이다. 김 행장은 “계열사 사장단 인선을 적극적으로 살펴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수영 기자 swim@datanew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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