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투자자 신뢰 잃으면 끝"…이호진 전 태광 회장이 흥국생명 콜옵션 나선 이유

금융시장 혼란, 투자자 신뢰 상실 등 우려...그룹차원 자본확충 지원 등 시장 안정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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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이같은 결정은 대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사진)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태광그룹 고위관계자는 데이터뉴스와 통화에서 “이 전 회장이 최근 조기상환 연기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을 가져온 의사결정(콜옵션 미행사)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며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해 시장안정에 최선을 다해달라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투자자의 신뢰를 저버린 결정은 소탐대실이라는 게 이 전 회장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앞서 흥국생명은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의 5년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 기한이 도래하자 옵션 이행을 포기하고 기존 투자자들에게 추가 금리를 지급(스텝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자 외화채 시장에서 한국물의 가격이 급락(채권금리 급등)하는 등 시장 불안이 가중됐다. 

금융당국이 "(콜옵션 미이행은)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사안이며, 콜옵션 미이행과 별개로 흥국생명은 보험금 지급여력이 충분하고 자본비율도 안정화 돼 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가뜩이나 '레고랜드 사태'로 살얼음판 같았던 채권시장의 신뢰가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에 흥국생명은 지난 7일 저녁 콜옵션을 예정대로 이행하겠다고 싱가포르거래소에 재차 공시했다. 

흥국생명 입장에선 이번 콜옵션 미이행이 회사 경영 차원에서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만기 연장이 자유로운 '영구채'였고, 조기상환은 흥국생명이 사용할 '권리'였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영구채의 5년 콜옵션 이행에 대한 '기대이익'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그동안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은 5년마다 조기상환을 하고 새로이 영구채를 발행해 '차환'을 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흥국생명 이전엔 금융위기 시기이던 지난 2009년 우리은행이 콜옵션을 미이행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최근 채권시장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채권가치가 급락(채권금리 급등)하는 등 차환이 쉽지 않았다. 채권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차환을 위한 시장 수요를 미리 조사했는데, 그 결과 12% 이상의 금리를 내걸어도 수요가 많지 않다는 점을 파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현행 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를 추가로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하지만, 차환을 하게 되면 추가 지급 금리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내걸어야 하고, 그마저도 차환에 실패할 경우 더 큰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콜옵션 미이행을 결정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흥국생명이 재공시를 통해 콜옵션을 정상 이행하기로 한 것은 '투자자 신뢰를 잃으면 '다음'은 없다'는 이 전 회장의 의지가 강력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채권업계에선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이행은 그 사안만으로는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추후 흥국생명이 새롭게 영구채를 발행할 때는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이 극도로 힘들어 질 것"이라면서 콜옵션 미이행이 근시안적인 결정이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 전 회장도 바로 이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태광그룹 고위관계자는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금융기관으로서 시장 불안을 촉발하면 안된다는 이 전 회장의 의사에 따라 이번에 태광그룹이 흥국생명 자본확충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현재 흥국생명의 수익성 및 자금유동성, 재무건전성 등은 양호한 상황이며 향후 추가적인 자본확충을 통해 자본안전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윤규 기자 mathing@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