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가 삼성그룹 전반의 세대교체 바람을 이겨내고, 좋지 않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다시 기회를 얻었다. 올해 3월 취임한 정 대표는 실적개선에 대한 경영미션을 받았지만, 실적은 크게 나아지지 못했다. 다만, 대규모 신규수주를 따내고, 실적 악화의 주범이었던 드릴십을 매각하는 등 수익성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는 점에서 2022년이 기대된다.
29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중공업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 회사는 지난 2018년부터 영업손실 규모가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1조541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올해 3월 취임한 정진택 대표의 최우선 과제로는 실적개선이 꼽혔다. 정 대표는 1961년생으로 부산대에서 조선공학을 전공했다. 1984년 삼성중공업에 입사했으며, 영업팀장(2010년), 리스크관리팀장(2014년), 기술개발본부장(2017년), 조선소장(2020년) 등을 역임했다.
정 대표는 올해 신규수주를 잇달아 따내는 등 분위기 쇄신에 성공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신규수주는 총 120억 달러(12월 24일 누적)로 집계됐다. 올해 목표였던 91억 달러보다 31.9% 초과 달성했다. 선종별로는 LNG운반선 21척, 컨테이너선 44척, 원유운반선 14척 등 79척을 따냈다.
또한 드릴십 매각에도 성공했다. 지난 1일 공시를 통해 드릴십 잔고 5척 중 1척의 매각계약을 체결했달고 밝혔다. 매각가는 2억4500만 달러다. 선체 크리닝, 시운전 등 재가동을 위한 준비를 거쳐 2023년 1분기(1~3월) 내 인도할 예정이다. 드릴십 관련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그간 삼성중공업의 적자 폭 증가의 주범으로 꼽혔다.
다만 올해 들어 후판 등 원자재 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악화됐다. 조선업황이 살아나며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이에 따라 가격 협상에서 가격 인상이 결정됐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조549억 원으로 전년 동기(7690억 원) 대비 37.2% 늘었다.
이에 올해까지는 손실폭 증가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올해 연간 영업손실은 1조1046억 원으로 예상됐다. 전년(1조541억 원) 대비 4.8% 늘어난 수치다. 내년에는 1347억 원으로 손실이 줄어들긴 하지만, 적자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계 특성상 신규수주가 매출로 반영되기까지는 2~3년 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2023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올해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도 힘썼다. 지난 7월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 및 우선주의 액면가를 1000원으로 감액하는 액면가 감액방식의 무상감자를 실시했다. 11월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1조2825억 원을 확보했다. 확보된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미래선박 경쟁력 강화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enws.co.kr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심 데이터뉴스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