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별 모양을 닮은 눈부시게 하얀 '기생꽃'

국내에선 고산 지대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식물…무분별한 남획으로 개체수 급감해 멸종위기식물 2급으로 지정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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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꽃은 지리산이나 태백산, 대암산 등 일부 고산지대에만 서식하는 희귀한 식물이다. 사진=조용경

일본의 전통 무대예술인 가부키(歌舞伎)를 보신 적이 있나요?

가부키에는 얼굴에 하얗게 분을 바른 특이한 모습의 기생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6~7월에 걸쳐 태백산이나 대암산 등 강원도의 고산 지대를 등산하다 보면 등산로 주변의 관목 숲이나 바위 지대에서 그 기생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별 모양을 닮은 눈부시게 하얀 꽃들이 몇 송이씩 피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순백의 이 꽃이 바로 '기생꽃'입니다.

쌍떡잎식물로 앵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 기생꽃은 하얗게 분단장한 기품있는 조선 시대 기생의 모습이 연상된다고 해 기생꽃으로 이름 지어진 것 같습니다. 

또 노르스름한 수술의 모양이 기생이 머리에 쓰던 화관을 닮았다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도 합니다. 

기생꽃은 개체수 급감으로 환경부가 멸종위기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사진=조용경

기생꽃은 실처럼 생긴 하얀색의 포복경(匍匐莖, 땅 위를 기면서 자라는 줄기)으로 개체를 늘립니다. 아랫부분에서 비늘 같은 잎이 나오고, 곧추 선 줄기 윗부분에 거꾸로 선 달걀모양의 5~10개의 잎이 돌려납니다. 

잎은 2~7cm 크기로 얇고 넓으며 가장자리는 밋밋합니다. 

6월에서 7월 사이에 잎겨드랑이에서 가늘고 긴 꽃대가 나오고 그 끝에 지름 2~3cm의 하얀 색 꽃이 달립니다. 꽃잎은 일곱 갈래로 깊이 갈라지고 수술은 7개이며 암술은 하나입니다. 

기생꽃은 시베리아 동부, 일본, 북아메리카 등지에 폭넓게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 , 태백산, 설악산, 대암산 등 고산 지대에서 드물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희소가지가 높은 꽃인데 너무도 아름답다 보니 관상용으로 남획되고 있어, 근래에 들어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답니다. 그래서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습니다.

희디 흰 기생꽃의 모습은 황진이가 울고 갈 아름다운 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조용경

꽃이 얼마나 화사하고 아름다운지, 야생화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황진이도 울고 갈 예쁜 꽃'으로 불리고 있지요.

영어 이름은 '아크틱 스타 플라워(arctic star flower)'입니다. 북반구에 분포하는 별모양의 꽃이라는 의미겠지요. 

기생꽃의 꽃말은 '천사' 혹은 '행운의 열쇠'라고 합니다. 

더위가 시작될 무렵 강원도의 높은 산에서 우연히 만나는 기생꽃은 행운 그 자체가 아닐까 싶네요.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 2018년 10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조용경의 야생화 산책'은 작가의 사정에 따라 이번 141회를 끝으로 마칩니다. 조용경 작가는 그동안 국내외 산천을 누비며 확보한 희귀 야생화 사진과 주옥같은 글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쉽지 않은 작업 이끌어 오신 조 작가님과 야생화산책 코너를 애독해 주셨던 독자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