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우러나오는 '나도제비란'

숲속의 짙은 어둠속에서 무리지어 피어나면 환상적인 분위기…꽃에는 붉은색의 반점이 가득해 표범 가죽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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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제비란은 한라산, 태백산, 지리산 등의 높은 산 습기찬 숲속에 자생한다. 사진=조용경


'나도제비란'이라는 야생화를 보신 적이 있나요?

5~6월에 걸쳐 한라산이나 지리산, 혹은 태백산 등 높은 산의 우거진 숲속에서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는 연한 홍색의 꽃입니다. 

외떡잎식물로 난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야생화의 이름 중에서 '나도'라는 접두어가 붙어있는 들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원래의 이름을 가진 꽃과 다른 분류군에 속하지만, 꽃이나 잎의 생김새가 비슷한 식물 이름에 붙이는 접두어죠.

'제비난'이 있기에 '나도제비란' 이라는 이름이 붙었겠지만, 제비난보다 더 화려하고 예쁜 꽃이라 차라리 '내가제비란'이라고 이름 지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랍니다.

숲속의 짙은 어둠 속에서 두터운 이끼 위에 무리 지어 핀 나도제비란 군락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합니다. 

나도제비란의 꽃은 마치 표범의 가죽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사진=조용경

봄이 무르익으면 땅속에서 번식하는 작은 알뿌리에서 긴 타원 모양의 한 장의 잎이 나옵니다. 잎은 끝이 뾰족하고 끝은 줄기를 감싸는 모양입니다. 하나의 알뿌리에서 크고 작은 두 개체가 함께 나오기도 하지요.

줄기는 곧게 자라고 높이는 10~15cm 정도까지 자랍니다.

꽃은 5~7월에 걸쳐 피는데, 보통 줄기 끝에 2개씩이 달리며 흰색 바탕에 붉은색의 반점이 가득합니다. 아주 작지만, 표범의 가죽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꽃받침조각은 길이 8~10mm로서 3줄의 맥이 있고 윗부분의 것은 곧추서며 양옆의 것은 넓게 퍼지고 꽃잎은 꽃받침보다 약간 짧습니다. 입술 모양의 꽃부리는 길이가 약 1cm이고 넓은 달걀모양입니다. 

나도제비란의 꽃말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합니다. 

높은 산의 우거진 숲속을 헤매다 나도제비란을 만나면 그 우아함과 화려함에 넋을 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습니다. 저절로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우러나올 것 같은 분위기랍니다.

나도제비란의 꽃말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한다. 사진=조용경

열매는 삭과(蒴果, 여러 칸으로 나뉜 씨방속에 종자가 든 구조)로서 7~8월경에 달리고, 타원형입니다.

우리나라의 특산식물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일본이나 중국 우수리강 유역에서도 관찰이 된다고 하네요.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제 자리를 떠나면 살기가 힘든 꽃이랍니다. 만나면 그저 바라보기만 하셔요.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