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3세가 CEO를 맡고 있는 상장 제약사들의 표정이 엇갈렸다. 지난해 수익성을 개선한 기업이 더 많았지만, 영업이익이 급감한 삼천당제약, 영업손실폭이 늘어난 일성신약 등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낸 기업도 적지 않았다.
12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상장 제약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오너3세(배우자 포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10개 기업의 영업이익이 2019년 1601억 원에서 2020년 1776억 원으로 10.9%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내외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매출을 늘린 데 영향을 받았다. 10개 기업의 총 매출은 2019년 4조7874억 원에서 2020년 5조2592억 원으로 9.9% 증가했다.
하지만, 삼천당제약, 유유제약, 녹십자, 일성신약 등 4개 기업은 수익성이 나빠졌다.
삼천당제약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0개 기업 중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2019년 252억 원에서 2020년 55억 원으로 78.2% 감소했다.
삼천당제약은 오너2세인 윤대인 회장과 그의 맏사위 전인석 사장(장녀 윤은화씨의 남편)이 각자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하고 있다. 전인석 사장은 삼정KPMG 컨설턴트 출신으로 2014년 삼천당제약에 입사해 전략기획실장을 맡다가 2018년 3월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삼천당제약은 주로 안약류 등 안과 의원에 전문의약품을 공급하며 몸집을 불려왔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병의원 내원환자가 감소하며 의약품 매출이 줄었다. 삼천당제약의 매출은 전 사장이 각자대표에 선임된 2018년 1600억 원에서 2019년 1866억 원으로 늘었만, 2020년 1669억 원으로 10.6% 감소했다.
삼천당제약은 매출이 감소한 가운데 경상연구개발비 등을 포함한 판관비가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영업이익 감소로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도 악화됐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2018년 9.7%에서 2019년 13.5%로 상승하며 두 자릿수를 회복했지만, 2020년 3.3%에 그치며 10.2%p 하락했다.
100억 원대를 유지하던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75억 원으로 내려앉았다. 2019년(196억 원)에 비해 61.7% 감소한 수치다. 당기순이익률도 4.5%에 그쳤다.
유유제약과 녹십자, 일성신약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유유제약은 오너 2세인 유승필 회장과 장남인 유원상 사장의 각자대표 체제로, 녹십자는 허은철 사장(고 허채경 한일시멘트 창업주의 차남인 고 허영섭 녹십자 회장의 차남)의 단독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두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3억 원과 403억 원으로, 각각 전년에 비해 22.2%, 19.7% 줄었다.
일성신약은 지난해 2년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9억 원으로, 2019년(13억 원)보다 6억원가량 늘어났다. 윤석근 부회장의 차남인 윤종욱 대표가 2019년 1월 공동대표에 올라서며 3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반면, 일동제약(대표 윤웅섭), JW홀딩스(대표 한성권·이경하), 현대약품(대표 이상준), 삼일제약(대표 허승범·김상진), 국제약품(대표 남영우·남태훈·안재만), 녹십자홀딩스(대표 허일섭·허용준) 등 6개 기업은 수익성이 개선됐다. 특히 2019년 영업손실을 냈던 일동제약이 지난해 66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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