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 대표가 롯데제과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롯데제과는 수년간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민 대표와 함께한 공동대표는 그간 수차례 교체 됐지만 민 대표는 사실상 '고정' 자리를 꿰차고 있다. 2021년 현재는 신동빈 그룹회장, 이영구 그룹 식품BU장과 공동대표 체제다.
25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롯데제과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롯데제과는 민명기 대표가 수장에 오른 2018년 1월 이후 총 네 차례 대표이사를 변경했다. 민 대표는 자리를 지킨 가운데, 공동대표로 오른 이들이 바뀐 게 주요 내용이다.
민 대표는 2018년 1월 건과영업본부장에서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제과는 2017년 10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롯데지주 설립을 위해 기업을 분할했다. 민 대표는 1985년 롯데제과에 입사한 정통맨으로, 회사 분할 과정에서 안정적인 경영을 위한 적임자로 꼽혔다.
신동빈-민영기 2인체제 였던 롯데제과는 2018년 3월, 이재혁 전 식품BU장을 대표로 추가 선임하며 3인 체제를 형성한다. 지주 체제 전환 등으로 경영 환경이 급변한 가운데, 신 회장이 법정구속되면서 비상경영을 위해 이 대표가 긴급 투입된 것이다.
2018년 12월에는 이 전 식품BU장이 세대교체 차원에서 자리에서 물러나며, 다시 신동빈-민영기 2인체제가 됐다.
2019년 3월에는 이영호 신임 식품BU장이 롯데제과 대표이사에 올라 신동빈-민영기-이영호 3인 대표제제를 형성하다, 2020년 11월 다시 신동빈-민명기 2인체제로 바뀌었다. 이 전 식품BU장이 이끄는 그룹 식품계열사들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을 강화하고 글로벌 영업에서 성과를 낸 민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신 회장이 인적 쇄신을 단행할 때마다 민 대표가 자리를 지키는 이유는 해외사업 실적이 꾸준히 개선된 영향이다. 민 대표는 2018년 취임 이후 묵묵히 해외사업 몸집을 키웠다. 민 대표는 롯데그룹의 지주사체제 전환 작업 과정에서 롯데지주로 넘어갔던 해외 제과법인들(카자흐스탄·유럽·파키스탄 등)을 재편입하면서 실적을 개선했다. 중국, 러시아 등 해외 적자기업들은 규모를 축소했다.
2018년 1월에는 인도 아이스크림 제조업체 '하브모어'를, 같은 해 10월에는 미얀마 제빵업체 'L&M 메이슨' 등을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19년 상반기에는 27개 해외 생산공장을 구축했다.
해외 법인 매출만 살펴봐도 2017년 37억 원, 2018년 1233억 원, 2019년 5810억 원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2020년은 직전년 대비 2.9% 소폭 하락한 5640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해외법인들의 실적이 좋지 않았다. 인도와 카자흐스탄 등 현지 자회사 공장 생산이 중단됐었다.
업계는 롯데제과 해외 매출이 2021년 하반기 이후 점진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환경 정상화로 실적 향상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민 대표는 1961년생으로 고려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롯데제과 건과영업부에 입사한 뒤, 2008년 롯데인디아 인도법인장을 맡아 해외시장 경험을 쌓았다. 국내에서도 해외전략부문장(2012년)으로 지내며 '해외사업 전문가'로 평가됐다.
이수영 기자 swim@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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