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아비바람꽃은 하나의 줄기에 한 송이의 꽃이 달린다. 사진=조용경
“당신이 그리우면 안아보던 모시적삼/ 따스한 봄바람에 꽃으로 피었는가/ 하얀꽃 노란꽃술은 가슴 시린 외로움/ 살며시 손 뻗어도 잡히지 않는 당신/ 줄기마다 한 송이 홀아비 숙명인가/ 남몰래 가슴에 묻은 그리움은 커가네”
좀 부끄럽습니다만, 봄에 피는 이 꽃을 생각하며 끄적거려 본 시조입니다.
봄이 무르익어가는 시기, 높은 산 습기가 많고 그늘진 땅에서 눈부시게 반짝이는 하얀 꽃잎에 노란 꽃술이 인상적인 꽃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홀아비바람꽃'입니다.
한 개의 꽃대에 오직 한 송이의 꽃이 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보이는 모습은 궁상맞은 홀아비가 아니라, 단정하게 앉아서 글을 읽는 조선 시대의 선비를 연상시키는 깔끔한 자태입니다.
홀아비바람꽃은 높은 산 계곡 주변 습기찬 땅에서 핀다. 사진=조용경
예전에 한 선비가 병으로 죽은 사랑하는 아내의 유언에 따라 늘 아내의 모시적삼을 품에 안고 자다가, 재혼하게 되어 그 모시적삼을 아내의 무덤가에 묻어 주었답니다.
그랬더니 이듬해 봄에 그 자리에서 하얗고 가냘픈 꽃이 피어나서 홀아비바람꽃이라고 이름 지었다는 애틋한 전설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홀아비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꽃으로, 우리나라의 특산식물입니다.
경기도나 강원도의 800m 이상 고지대 계곡 주변의 습하고 부엽질이 풍부한 토양에서 자라는데, 땅속의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으면서, 뿌리잎이 나와 높이가 3~7㎝에 이르고 잎은 손바닥 모양으로 5갈래로 갈라집니다.
4~5월에 10~25cm 높이의 꽃줄기 끝에 하얀 꽃이 위를 향해 하나씩 달립니다.
꽃잎은 없고 꽃잎처럼 보이는 다섯 개의 꽃받침조각이 있으며, 수술은 많고 꽃밥은 노란색입니다. 암술머리는 달걀 모양이고 씨방에는 털이 많습니다.
홀아비바람꽃의 꽃말은 비밀스러운 사랑이다. 사진=조용경
홀아비바람꽃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대표적인 바람꽃(Anemone)속 식물입니다. 5월 중순경 잎은 고사(枯)하고, 땅속의 쥐똥처럼 생긴 작은 덩이줄기가 남아서 이듬해에 다시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비교적 개체 수가 많은 편이지만, 일정한 지역에서만 자라는 탓인지 희귀식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꽃말은 ‘비밀스러운 사랑’입니다.
‘은연화’라는 예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요.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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