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산꽃차례로 피는 돌단풍은 여성들의 옷에 단 하얀 브로치 같은 모습이다. 사진=조용경
봄을 맞은 계곡의 바위 틈에서, 단풍잎을 닮은 무성한 초록색 잎들 사이로, 작은 보석을 알알이 박아서 만든 브로치 같은 하얀 꽃 뭉치가 긴 줄기 끝에 매달려 하늘거리는 듯한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돌단풍’입니다. 돌단풍은 쌍떡잎식물로서, 범의귀과에 속합니다. 중부이북 지역 산지의 개울이나 계곡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돌단풍은 굵은 줄기가 바위 표면에 붙어서 자랍니다. 단풍잎을 닮은 여러 장의 잎이 나오는데, 끝이 5~7갈래로 깊게 갈라지고 가장자리에는 잔 톱니가 있습니다.
돌 위에 단풍잎을 닮은 잎이 핀다고 하여 ‘돌단풍’이라는 이름이 붙었답니다. 바위틈에서 피는 나리꽃 같다 하여 ‘바위나리’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돌 위에 단풍잎을 닮은 잎이 핀다고 하여 돌단풍이라고 부른다. 사진=조용경
4월 중순이 되면 이들 잎 사이로부터 높이 20cm 내외의 꽃대가 자라나 지름 5mm 안팎의 작고 흰 꽃이 많이 뭉쳐 취산꽃차례(꽃대 끝에 달린 꽃이 먼저 피고, 점차 아래로 내려가며 꽃이 피는 꽃차례)로 꽃이 핍니다.
꽃은 때로는 연한 홍색을 띄기도 하는데, 그 안에 마치 붉은 보석을 박아 놓은 듯한 6개의 수술이 있습니다.
돌단풍의 꽃말은 ‘생명력’과 ‘희망’ 입니다. 기나긴 겨울의 모진 추위를 견디며 바위 틈새에서 꿋꿋하게 살아남아, 새봄이 시작되자마자 예쁘게 꽃을 피우는 강인한 모습으로 하여 그런 꽃말을 얻게 되었을 것 같습니다.
모진 겨울을 이기고 바위틈에서 피는 돌단풍의 꽃말은 생명력과 희망이다. 사진=조용경
최옥열 시인은 ‘돌단풍’이란 시에서 그 강인한 생명력을 가슴으로 노래하였습니다.
“물 한 모금은커녕 한 방울도 없는 / 메마른 바위 틈에서 / 푸르른 잎을 하고 꽃을 피운다 / (중략) / 여린 뿌리 여린 줄기 여린 잎에서 / 어찌 그리도 질긴 생명력이 나오는가 / 어찌 그리도 앙증맞은 꽃을 피우는가”
한 포기 새롭게 솟아오르는 생명을 바라보는 시인의 감동적인 눈길이 그대로 전달돼 오는 것 같지 않습니까?
만물이 힘차게 소생하는 봄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가까운 계곡으로 나가 시원스레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돌단풍의 강인한 생명력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껴보면 어떨까요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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