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의바람꽃 수십 송이가 무리지어 피는 모습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사진=조용경
따뜻한 봄날, 습기가 있고 활엽수가 우거진 숲속의 반그늘 지역을 다니다 보면 순백 혹은 연분홍색의 꽃이 한두 송이, 혹은 여러 송이씩 여리고 긴 줄기 끝에 매달려 살랑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꿩의바람꽃’ 입니다.
활짝 피기 전의 꽃봉오리가 땅을 향하고 있는 모양이, 꿩들이 목을 길게 빼고 먹이를 쪼는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 듯합니다. 잎의 모양이 꿩의 발톱을 닮아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꿩의바람꽃은 쌍떡잎식물로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이른 봄, 땅속 덩이뿌리에서 나온 잎은 잎자루가 상당히 길고, 3갈래로 갈라진 잎이 세 장씩 달립니다.
이 잎은 수분(水分)의 척도가 됩니다. 주변에 수분이 부족하게 되면 활짝 펴져 있던 잎이 말려들어서 '목마르다'는 신호를 보내 주는 것이지요.
꿩의바람꽃은 꿩들이 목을 빼고 먹이를 쪼는 모습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사진=조용경
4~5월이 되면 뿌리에서 나온 10~20cm의 꽃줄기 끝에 새하얀, 더러는 살짝 연분홍색이 감도는 지름 3~4cm의 꽃이 한 송이씩 달립니다.
곧게 뻗은 꽃줄기 위에 눈부시게 펼쳐진 순백의 꽃받침, 소복하게 돋아난 순백의 수술들과 그 속에 숨은 노란색이 감도는 암술들을 보고 있으면 순백의 화려함이란 표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꿩의바람꽃은 이른 봄에 나들이 나온 '순백의 여왕'처럼 화사합니다.
꿩의바람꽃에는 꽃잎이 없고 꽃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입니다. 이 꽃은 꽃받침이 8∼13장으로 많아서, 꽃받침이 섯 장씩인 다른 바람꽃들과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꿩의바람꽃의 꽃말은 금지된 사랑 등으로 슬픈 이미지와 연결된다. / 사진=조용경
꽃말은 ‘금지된 사랑’, ‘덧없는 사랑’, ‘사랑의 괴로움’ 등으로 하나같이 슬픈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홀연히 피었다가는 잠깐 사이에 바람결처럼 져버리고 열매만을 남기는 특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배종도 시인은 '곰배령 꿩의바람꽃'이란 시에서 함초롬히 피어나는 꿩의바람꽃을 그렸습니다.
“활짝 필 날 오늘인가/ 고개 숙인 여린 꽃잎/ 자줏빛 감도는 옷/ 새하얗게 빨아 입고/ 눈 감고/ 기다린 하늘/ 어찌 저리 간절할까/ 천의무봉 소매 끝에 함초롬한 이슬방울”
꿩의바람꽃은 우리나라와 중국 러시아 등지에 폭넓게 분포하고 있습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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