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는 우리가 어려웠던 시기에 국민정서를 순화시켜준 국민 야생화다. 사진=조용경
“길가의 민들레도 노랑 저고리/ 첫돌 맞이 우리 아기도 노랑 저고리/ 민들레야 방실방실 웃어 보아라/ 아가야 방실방실 웃어 보아라”
강소천(1915~1963) 선생님이 가사를 짓고, 이상근(1922~2000) 선생님이 곡을 붙인 이 동요는 1953년에 처음 발표된 이후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도 수록되는 등, 6·25 이후 극도의 어려움 속에서 피폐한 국민 정서 순화에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이와 함께 민들레는 우리나라의 국민 야생화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지요. 긴 세월에 걸쳐 민들레만큼 수많은 문학작품을 비롯하여 대중가요나 연극, 영화 등의 소재가 된 꽃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민들레는 볕이 잘 드는 들판이나 야산에서 자랍니다. 줄기는 없고, 뿌리에서 뭉쳐난 잎은 방석처럼 옆으로 둥글게 퍼집니다. 잎은 거꾸로 세운 바소꼴(길고 가는 창 모양)이고 길이가 6∼15cm, 폭이 1.2∼5cm정도이며, 깃꼴로 깊이 패어 있고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습니다. 줄기가 없이 뿌리에서 올라 온 꽃대에서 꽃이 피다 보니 별명이 '앉은뱅이' 입니다.
민들레는 수많은 혀꽃이 모여서 한송이의 두상화를 이룬다. 사진=조용경
꽃은 3∼5월에 노란색으로 피고 꽃대 끝에 두상화(頭狀花, 꽃대 끝에 꽃자루가 없는 작은 통꽃이 많이 모여 머리 모양을 이룬 꽃) 한 송이가 달립니다. 이 꽃에는 수많은 혀꽃이 달리는데, 각각의 혀꽃에는 5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습니다.
까맣고 작은 씨앗에는 우산 모양의 하얀 깃털이 달려서 익으면 바람을 타고 날아가 씨앗을 퍼뜨리게 되지요.
봄에 어린잎을 나물로 먹으며, 한방에서는 꽃 피기 이전의 전초를 포공영(蒲公英)이라 하며 염증이나 피부질환의 약재로 사용합니다. 산모가 먹으면 젖이 잘 나온다고도 하더군요.
우리나라가 원산이며 한국, 중국, 일본에 분포합니다.
민들레의 꽃말은 사랑 혹은 행복이다. 사진=조용경
민들레의 꽃말은 '사랑', '행복'입니다.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새봄이 오면서 주변에서 환하게 피는 노란 민들레를 보면 누구나 행복감을 느끼게 되겠지요.
밟혀도 밟혀도, 사라지지 않고 다시 피어나는 민들레…
민들레가 다시 피는 새봄에는 이 땅에서 '코로나'가 사라지고, 오직 '사랑'과 '행복'만이 가득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몇 년 전, 초여름 날에 함백산 만항재를 갔다가, 중년 여성 몇 분의 대화를 엿듣게 됐습니다. 마침 야생화 공원에 노란색 '기린초'가 피기 시작했는데, 여성들 가운데 한 분이 기린초를 가리키며 '민들레'라고 주장을 하더군요. 잠시 고민하다가 제가 바로 잡아 드리기는 했지만, '민들레도 모르는 어른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가벼운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것이 제가 <조용경의 야생화 산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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