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바위 틈에서 피는 진한 자주색의 가을꽃, 산부추

잎을 꺾어서 씹어 보면 진한 부추 향이 입 속 채워…자극성이 강해 사찰에서는 먹지 않는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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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추는 부추처럼 알싸한 냄새가 나는데, 오신채의 하나로 사찰에서는 먹지않는 식물이다. 사진=조용경

가을철이면 나지막한 산기슭의 양지바른 초원에서 여러 개의 초록색 잎 사이에 나온 줄기 끝에 진한 자주색의 꽃들이 꽃 방망이처럼 매달려 하늘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잎을 꺾어서 씹어 보면 진한 부추 향이 입속을 가득 채웁니다. 

'산부추'입니다. 외떡잎식물이며,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지요.

산부추는 산지의 건조하고 햇빛이 잘 드는 풀섶이나 바위틈에서 잘 자랍니다. 

봄에 땅속에서 겨울을 난 2cm 안팎의 계란형 비늘줄기에서 2~6장의 초록색 잎이 나옵니다. 잎은 피침형으로 너비는 3~7mm 정도이며, 길이는 20cm에서 50cm까지 자랍니다. 잎의 단면은 둔한 삼각형입니다.

꽃은 8~10월에 걸쳐 붉은 자주색으로 핍니다. 잎들 사이에서 잎보다 길게 꽃줄기가 올라오고, 줄기 끝에서 나오는 속이 빈 여러 개의 꽃자루에 꽃들이 파꽃과 같은 모양으로 지름 3~4cm의 크기로 둥글게 뭉쳐서 핍니다. 

산부추는 8~10월 사이에 산기슭의 풀섶이나 바위틈에서 핀다. 사진=조용경

꽃잎은 6개로 넓은 타원형이고 끝이 동그스름합니다. 

수술도 6개이고, 꽃잎보다 길어서 밖으로 살짝 뻗어 나오며, 꽃밥은 자주색입니다. 

그 모양이 참으로 예뻐서 관상용으로도 아주 좋은 식물입니다. 

씨방은 하나이며 그 밑부분에 꿀주머니가 있어서, 벌들이 늦은 가을까지도 열심히 꿀을 따는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열매는 삭과로 11월에 익습니다.

산부추의 꽃말은 '신선'입니다. 산자락의 평평한 바위 틈바구니에서 몇 송이가 약간은 외로운 듯한 모습으로, 우아하게 핀 모양을 보면 그게 곧 신선의 모습이지 싶습니다.

산부추의 꽃말은 신선이다. 정말 신선처럼 우아한 모습이다. 사진=조용경

민마늘이라고도 부르는 산부추의 비늘줄기와 봄철에 나오는 연한 잎은 식용하고, 몸속을 따뜻하게 해주며 진통, 거담 등의 효능을 지니고 있어서 약재로 쓰기도 합니다.

산부추는 우리가 재배해서 먹은 부추의 원조일 수도 있는 식물로 부추보다 조금 더 자극적인 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극성이 강한 오신채(五辛菜)의 하나로 분류되어 사찰에서는 먹지 않는 식물이기도 합니다.

제가 있는 농막 주변에도 산부추가 많이 있어서, 라면을 끓일 때 산부추 잎을 몇 잎 따서 넣으면 그 향기가 정말 좋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지에 폭넓게 분포하는 식물입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