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늦은 여름 계곡에서 피는 하얀 꽃, 궁궁이

두 차례에 걸쳐 우산모양을 이루는 겹산형꽃차례의 꽃…뿌리를 말려 전정제나 두통약으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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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궁이는 더위가 가실 무렵부터 조금 높은 산 계곡 주변에서 피기 시작한다. 사진=조용경

조금 고도가 있는 산골짜기의 계곡 주변에서, 키가 크고 미나리 모양의 잎을 가진 식물의 줄기 끝에 달린, 우산을 펼친 듯한 모양의 커다란 흰색 꽃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궁궁이’ 입니다. 쌍떡잎식물로 미나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지요.

산지의 계곡이나 개울 등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궁궁이는 굵은 뿌리에서 줄기가 나와 곧게 자라고, 위로 올라가면서 여러 갈래로 가지를 칩니다. 키는 50~150cm 정도로 큰 편이고, 줄기는 갈색 또는 자주색으로 속은 비어 있습니다.

잎은 새의 깃털 모양입니다. 여러 갈래로 갈라져서 나오고, 크기는 3~6cm이며, 끝이 뾰족하고 깊게 팬 톱니가 있습니다.

8월 중순에서 9월에 걸쳐 하얀색의 꽃이 핍니다.

궁궁이는 두 차례에 걸쳐 우산모양을 이루는 겹산형꽃차례의 꽃이다. 사진=조용경

줄기나 가지 끝에 수많은 작은 꽃들이 모여서 우산 모양을 이루며 피는 모양을 ‘산형꽃차례’라고 합니다. 궁궁이는 한 차례 더 ‘산형꽃차례’를 이루는 '겹산형꽃차례'의 꽃입니다. 

작은 꽃은 흰색으로 잎이 다섯 장인데, 이 작은 꽃들이 여러 개 꽃자루 끝에 뭉쳐서 달리고, 이런 뭉치들이 20~40개 정도가 매달려 지름 6~12㎝ 정도의 우산 모양으로 달리는 것이지요. 

작은 꽃에는 다섯 개의 수술이 있고, 하나의 씨방이 있습니다. 

궁궁이의 꽃말은 '정신적 아름다움' 혹은 '고결'입니다. 꽃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위로 뻗은 작은 수술과 꽃밥들이 아름답다 못해 환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궁궁이는 미나리 비슷한 향기를 풍기는 식물로 어린 잎은 나물로 먹기도 한다. 사진=조용경

궁궁이의 원산지는 중국이었으나, 약용식물로 국내에 들어왔고, 긴 세월에 걸쳐 씨앗이 퍼지면서 야생식물이 된 것 같습니다. 

한자로는 궁궁(芎窮) 혹은 미무(蘼蕪) 라고도 하는데, 이 이름들은 이백이나 두보의 한시에도 등장할 만큼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궁궁이 뿌리를 말린 약재는 천궁(天芎)이라고 하는데, 한방에서는 천궁을 전정제나 두통약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봄에 나오는 어린잎은 데쳐서 나물로 먹을 수 있고, 전을 부쳐 먹을 수도 있는데 미나리 비슷한 향기가 참 좋습니다.

다른 꽃들이 지기 시작하는 시기에 늦게까지 피어 있어서 관상용으로도 좋은 꽃입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