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강한 향을 풍기는 코리안 허브, 배초향

향이 강해서 다른 모든 향기를 배척…비린내나 군내를 잡아줘 '의적같은 풀'이라고도 표현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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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초향은 8~10월에 걸쳐 여러 개의 자주색 꽃들이 꽃방망이 형태로 핀다. 사진=조용경


혹시 “코리언 허브”라고 불리는 식물을 아십니까? 

8~10월 초에 걸쳐 야산 자락을 다니다 보면 잎에서 강한 향기가 나고, 가지 끝마다 작은 방망이처럼 생긴 자주색의 꽃들이 여러 개씩 피어 있는 식물을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지방에서는 '방아'라고도 불리는 '배초향' 입니다. 배초향은 쌍떡잎식물이며 꿀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배초향은 우리나라 전역의 숲이 우거진 산과 들에서 자라는 식물로, 부엽질이 풍부한 양지 혹은 반그늘에서 자랍니다. 키는 큰 편으로 1m 내외까지도 자라며, 줄기는 곧게 서고, 잎은 마주나며 길이가 5~10㎝, 폭은 3~7㎝로 끝이 뾰족하고 심장형입니다. 잎 가장자리에는 둔한 톱니가 있습니다.

7월 하순부터 10월 초까지 긴 이삭 모양의 원통형 꽃 방망이에 자주색의 작은 꽃들이 가득 매달려서 피는데, 길이는 5~15㎝, 지름은 2㎝ 정도입니다.

작은 꽃들은 입술 모양으로, 윗입술 꽃잎은 작고, 아랫입술꽃은 크며 5가닥으로 갈라집니다. 수술은 4개인데 2개는 길어서 바깥으로 돌출되어 있습니다.

배초향은 잎과 꽃에서 강한 향기가 나서 코리안 허브라고 불린다. 사진=조용경


배초향의 잎과 꽃에서는 강한 향기가 풍깁니다. 그래서인지 꽃말은 '향수'입니다. 

배초향(排草香)은 향이 강해서 다른 모든 향기를 배척한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서양에서 발간된 '허브 백과'에는 배초향이 '코리언 허브'(Korean HERB)로 소개되어 있다고 하네요.

경상도에서는 배초향을 방아라고도 하며 추어탕이나 생선매운탕에 넣기도 한다. 사진=조용경


배초향의 어린잎은 나물로 먹기도 하며, 경남 지역에서는 큰 잎은 차를 달여 마시기도 하고 떡이나 전에 넣어서 먹기도 한답니다. 더러 추어탕이나 생선 매운탕을 끓일 때 함께 넣기도 하는데, 생선 비린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시조 시인 윤성호 씨는 '배초향'이란 시조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잎에는 독과 쓴맛 꽃에는 벌과 나비/ 애벌레 거절하니 사람 눈길 다가오네/ 비린내 몰래 훔치는 의적같은 풀인가”

향이 강해 벌레들이 먹지 않으며, 또 비린내나 군내를 잡아주기도 하는 효용을 '의적 같은 풀'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뿌리를 제외한 전초를 약재로 사용하는데, 설사, 두통, 구토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하며, 말린 것은 곽향(藿香)이라고 부릅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