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층층이 피어올라가는 보라색 탑, 층꽃나무

남부지방 야산 절개지나 바위 주변에서 피는 낙엽아관목…꽃이 잎겨드랑이를 따라 탑 쌓은 모양으로 올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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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꽃나무는 잎겨드랑이를 따라 탑을 쌓듯이 층을 이루며 핀다. 사진=조용경

가을 색이 짙어가기 시작할 무렵, 남쪽 지방의 해가 잘 드는 야산 절개지나 바위 주변에서 보라색의 꽃 무더기가 마치 탑을 쌓아 올린 것처럼 층층이 피어있는 보라색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층꽃나무'입니다. '층꽃풀'이라고도 하지요.

층꽃나무는 합판화군으로 마편초과에 속하는 낙엽아관목입니다. 아관목(亞灌木)이란 나무와 풀의 중간쯤 되는 식물입니다.

층꽃나무는 나무와 풀의 중간쯤 되는 아관목에 속한다. 사진=조용경

고산 윤선도는 대나무를 일러 '나모도 아닌 거시 풀도 아닌 거시' 라고 노래했는데, '층꽃나무' 역시 그런 식물인 듯합니다.

층꽃나무의 줄기는 보통 무더기로 나오고, 키는 30~60cm까지도 자랍니다. 줄기의 윗부분은 겨울에는 말라 죽으며 목부(木部)인 아랫부분에서 이듬해 새 줄기가 나오지요.

잎은 마주나기하며, 계란형이고 끝이 뾰족합니다. 양면에 털이 많고, 가장자리에는 굵은 톱니가 있습니다.

꽃은 늦은 여름부터 초가을 사이에 연한 보라색으로 피는데, 잎겨드랑이를 따라 빽빽하게 모여서 피다 보니 층을 이룬 모양이 됩니다. 그래서 층꽃나무라는 이름을 얻게 된 듯합니다.

암술대는 두 갈래로 갈라지며, 수술은 4개인데, 그중 두 개는 꽃 바깥으로 길게 뻗어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경남과 전남 지역에서 자생하고, 일본, 중국 및 타이완의 온·난대 지역에 분포합니다.

층꽃나무는 주로 남부지방의 야산 절개지나 바위 틈에 자생한다. 사진=조용경

층꽃나무의 꽃말은 '가을의 여인'이라고 합니다. 가을에 보라색 통치마로 성장을 하고 나선 여인의 이미지를 느껴서일까요?

그러나 층층으로 생긴 모습에서 '탑'을 연상하는 분들이 많은 듯합니다. 

홍해리(洪海里) 시인은 '층꽃풀탑'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탑을 쌓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나무도 간절하면 몸이 흔들려/ 한 층 한 층 탑사를 짓는다/ 층꽃나무를 보라/ 온몸으로 꽃을 피워 올리는/ 저 눈물겨운 전신공양/ 해마다 쌓고 또 허물면서/ 제자리에서 천년이 간다”

마치 탑을 쌓아 올리듯이 한 층 한 층 꽃을 피워 올리며, 매년 같은 자리에서 다시 피어나는 층꽃나무를 몇 줄의 시어로 잘도 그려 냈습니다.

한방에서는 전초나 뿌리를 난향초(蘭香草)라고 하며 약재로 사용한다고 하네요.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