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부추가 무리를 이루어 핀 모습은 보라색 카펫을 깔아놓은 듯 하다. 사진=조용경
초가을, 제주도의 산록을 헤매다 보면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결을 타고 알싸한 마늘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때쯤이면 한라산 중산간의 곳곳에서 화려한 모습을 한껏 뽐내는 ‘한라부추’의 향기랍니다.
‘한라부추’는 주로 한라산 1000m 내외의 양지바르고 물기가 많은 습지나 바위틈에서 자라는,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지요.
드물게는 덕유산이나 지리산, 혹은 백운산과 가야산에서도 만날 수가 있습니다.
한라부추는 외떡잎식물이며,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한라부추는 프랑스인 타케 신부가 처음 발견한 제주도의 특산식물이다. 사진=조용경
겨울을 땅속에서 지낸 긴 달걀 모양의 비늘줄기에서 15~20cm 길이의, 부추처럼 생긴 3~4개의 잎이 뿌리에서 올라오는데, 길게는 30cm까지도 자랍니다.
부추나 산부추는 잎이 납작한 모양인데, 한라부추는 잎 모양이 반원형으로 동글동글한 것이 특징입니다.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잎 사이에서 돋아난 줄기 끝에 붉은색 혹은 자주색의 꽃 3~30송이가 산형꽃차례로 피는데, 때로는 둥근 공 모양을 이루기도 합니다.
이때 꽃이 피면서 조그마한 둥근 구슬 모양의 꽃에서 연한 노란색 혹은 연두색의 수술들이 튀어나오게 되는데, 이 모습은 정말 환상적인 느낌을 준답니다.
특히 제주도의 중산간 초원에서 이 한라부추꽃이 무리 지어 피어 있는 모습은 마치 풀밭에 자주색 카펫을 깔아놓은 듯도 하고, 보라색의 물결이 일렁이는 듯도 합니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모습입니다.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다. 그래서 많은 신혼부부들이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가는 것일까. 사진=조용경
한라부추는 1908년 프랑스인 선교사였던 타케 신부에 의해 한라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전 세계에 소개된 우리나라의 특산식물입니다.
지난 2017년에 제주도를 대표하는 '10월의 꽃'으로 선정하기도 한 이 한라부추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가을에 결혼하는 신혼부부들이 '영원한 사랑'을 맺기 위해 앞 다퉈 제주도로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알싸한 한라부추의 보라색 물결이 보고 싶어, 문득 한라산 1100고지로 달려가고 싶은 초가을의 아침입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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