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영초는 계란형인 세 장의 큰 잎 위에 세장의 꽃잎이 달린 하얀꽃이 핀다. 사진=조용경
5~6월에 걸쳐 1000m 내외의 높은 산 숲 그늘을 거닐다 보면, 곧게 뻗은 줄기에 달걀 모양을 한 세 장의 넓은 잎이 달리고, 그 위에 옛날 여고생의 교복 컬러를 연상시키는 하얀색의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연영초(延齡草)라는 이름의 꽃으로, 왕삿갓나물이라고도 합니다.
연영초는 나이를 늘려주는 꽃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외떡잎식물로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식물인 연영초는 한 번 볼 때마다 한 살씩 젊어진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꽃 이름도 연영초라고 한 것 같네요.
울릉도를 비롯하여 강원, 경기 이북의 높은 산지에서 볼 수 있는 연영초는 습기가 많은 계곡 주변의 그늘지고 부엽질이 풍부한 토양에서 자생합니다.
연영초의 하얀색 꽃은 옛날 여고생의 교복에 댄 하얀 칼라를 연상시킨다. 사진=조용경
키는 20~40㎝까지 자라며, 넓은 잎의 길이와 폭은 각 10~15㎝ 내외이고, 줄기 끝에 3장의 잎이 돌아가며 나지요.
5~6월에 접어들면서 꽃줄기 끝에 흰색의 꽃 한 송이가 우아한 모습으로 피어납니다. 꽃의 크기는 4~6㎝ 정도입니다.
3장의 꽃받침조각 위에 피는 꽃잎 역시 3장이고, 암술대도 3개로 갈라져 있으며 수술은 6개입니다.
연영초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3장의 커다란 잎들 가운데 하얀 꽃이 마치 베이지색의 배꼽처럼 붙어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연영초는 나이를 늘려주는 꽃 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진=조용경
백합꽃 향기와 비슷한 그윽한 향기가 풍기는데, 그래서인지 꽃말이 ‘그윽한 마음’ 입니다.
워낙 귀한 꽃이라 산림청에서는 희귀 및 멸종 위기 식물로 선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흰색의 꽃만 볼 수 있는데, 몇 년 전 일본 홋카이도의 아사히다케(旭岳) 탐사 중, 검은색 꽃이 핀 진귀한 연영초를 보았습니다.
한방에서는 뿌리 말린 것을 우아칠(芋兒七)이라는 약재로 사용합니다.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풍을 다스리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독성이 있어서 함부로 사용하다가는 낭패를 보는 수가 있습니다. 특히 산나물 쌈 좋아하시는 분들, 착각하시면 큰일 납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유행어가 돼버린 요즘, 연영초를 만나면 혹시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 수 있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들어 얼마 전에는 산록을 헤매보았습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심 데이터뉴스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