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긴 꽃대에 피어난 눈부시게 하얀 '두루미꽃'

중국에선 춤추는 두루미꽃이라는 뜻의 무학초로 불려…소백산, 태백산, 설악산 등 높은 산 우거진 숲에서 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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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꽃은 땅속줄기로 증식하기 때문에 무리를 지어서 핀다. 사진=조용경

5월 하순에서 6월에 걸쳐 높은 산, 습기가 많은 반그늘 지역을 다니다 보면 양옆으로 펼쳐진 하트 모양의 잎 사이로 길게 자란 꽃대에 눈부시게 하얀 꽃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두루미꽃입니다.

두루미꽃은 외떡잎식물이며,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데, 옆으로 퍼진 잎의 모양이 두루미가 날개를 펼친 것 같고, 새하얀 꽃과 긴 꽃대가 두루미의 긴 목과 머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중국 이름은 '무학초(舞鶴草)'라고 합니다. '춤추는 두루미꽃'이라는 뜻입니다. 

전체적으로 두루미를 닮은 것 같기는 합니다. 제 눈에 앙증맞은 하얀 꽃들은 마치 더듬이를 세운 조그만 달팽이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 같이 보이더군요. 

두루미꽃은 중국이름 무학초처럼 두루미가 춤을 추는 듯 하다. 사진=조용경

이 꽃은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어가며 번식을 하기 때문에 군락을 이뤄서 피고, 그 크기는 5~15cm 내외입니다.

잎은 줄기에서 2~3장이 나오는데, 심장 모양이고 끝이 뾰족하며 뒷면에는 털이 있습니다.

꽃은 5~6월에 걸쳐 하얀색으로 피는데, 줄기 끝에 5~20송이 정도의 아주 작은 꽃들이 무리를 지어 핍니다. 특히 그늘 속에서 핀 모습은 화려하다 못해 '고고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입니다.


8~9월경에는 구슬 모양으로 반짝이는 붉은 열매가 다시 한번 사진가들을 유혹한답니다.

두루미꽃은 우리나라의 전역, 특히 소백산, 태백산, 설악산, 덕유산 등 1000m 이상 높은 산의 우거진 숲속에서 주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태백산과 소백산에서 만났답니다.

두루미꽃은 학의 목을 닮은 5~20 송이의 꽃이 다닥다닥 붙어서 핀다. 사진=조용경

저는 '두루미꽃'을 볼 때마다 노천명 시인의 시 '사슴'을 떠올리곤 합니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중략)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움직이지 못하는 대신 목을 길게 빼고 먼 산을 바라보는 두루미꽃의 모습을 그린 듯해서요.

예전에는 잎을 살짝 데쳐서 산나물로도 많이 먹었다고 하며, 7~8월에 전초(全草)를 채취하여 약용으로 쓰기도 하는데 생약명 역시 '무학초'로 지혈작용이 있다고 합니다. 

꽃말은 ‘화려함’ 혹은 ‘변덕’입니다. 

외모가 화려하다고 반드시 변덕스러운 것은 아닌데….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