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성은 독성이 강한 식물로 예전에는 사약제도에 사용했다고 한다. 사진=조용경
오래전, KBS 대하드라마 '장희빈'의 마지막 회에서 사약을 마신 장희빈이 고통스러워하며 죽어가는 처절한 장면, 기억하십니까?
실록에 의하면 이때 장희빈에게 내려진 사약이 '천남성'으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4월 중순에서 5월 중순 사이, 야산의 습기 많은 숲속을 헤치며 다니다 보면 여러 갈래로 찢어진 큰 잎들 사이로 큰 깔때기 속에 방망이 같은 하얀 꽃이 들어있고, 꽃받침이 코브라의 머리 모양으로 꽃을 덮고 있는 특이한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천남성(天南星) 입니다. 외떡잎식물로 천남성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깔때기 모양의 꽃받침에는 녹색과 흰색의 세로 줄무늬가 길게 나 있다. 사진=조용경
천남성은 땅속에 있는 둥글넓적한 알뿌리에서 나온 굵은 줄기가 20~50cm 높이로 자라면서 크고 작은 2장의 잎이 나옵니다. 이 잎은 5~11조각으로 갈라지는데, 잎 조각은 긴 타원형으로 양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는 밋밋합니다.
암꽃과 수꽃으로 갈라진 꽃은 하나의 방망이처럼 뭉쳐 있는데, 원통 모양의 큰 꽃받침으로 둘러싸여 잘 보이지 않습니다.
꽃받침에는 녹색과 흰색의 줄이 길이로 배열돼 있습니다. 길이는 10 cm안팎이며 꽃받침의 끝이 넓고 길게 자라서 우산처럼 꽃을 덮고 있습니다.
열매는 옥수수처럼 달리는데 10월경에 붉은색으로 익은 모습이 매우 탐스럽습니다.
그러나 천남성 전체가 유독성 식물이며 특히 뿌리와 열매는 맹독성이어서 만지기만 해도 문제가 일어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천남성의 꽃말은 '비밀' '현혹' 또는 '여인의 복수' 등으로 다양합니다.
꽃을 싸고 있는 비밀스럽고 신비스러운 꽃받침의 모양에서 이러한 꽃말이 유래되었겠지요.
천남성의 꽃은 깔때기 모양의 꽃받침 속에 방망이 모양으로 핀다. 사진=조용경
김승기 시인은 '천남성'의 모습을 멋지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하늘을 향해 / 무슨 짓거리 弄(농)을 하고 있는 건지 / 한적한 숲에서 / 길다랗게 뽑아 올린 꽃병 / 은근슬쩍 男性(남성)을 감추고, / 오뉴월 땡볕 아래 / 땀 뻘뻘 흘리고 있네”
동의보감에 따르면 알줄기는 거담, 진경, 거풍 등의 효능이 있어 독성을 제거한 후 중풍, 반신불수, 상풍 등의 치료에 사용한다고 합니다.
독과 약은 서로 통한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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