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도리풀은 두 장의 잎이 하트 모양을 이루고 있다. 사진=조용경
4월 하순경, 야산의 나무 그늘 지역을 거닐다 보면 완벽한 하트 모양의 두 장의 잎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 뿌리 부분에 덮여있는 낙엽을 조심스럽게 들어내면 작은 항아리처럼 생긴 꽃이 눈에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족도리풀입니다.
족도리풀은 쌍떡잎식물로서 쥐방울덩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꽃의 모양이 예전에 부녀자들이 결혼식 때 머리에 얹던 족도리를 닮았다 하여 '족도리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봄에 땅속 뿌리에서 2장의 잎이 나오는데, 잎은 심장형으로 끝이 뾰족하며, 표면은 윤기가 납니다.
꽃은 4월 하순경부터 피는데, 항아리 모양의 홍자색 꽃이 옆을 향해 달리지만, 땅에 바짝 붙어서 피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띄지는 않습니다.
족도리풀은 개미나 땅위를 기어 다니는 곤충들에 의해 수정을 한다. 사진=조용경
족도리풀은 보통의 꽃들과 달리 개미나 땅 위를 기어 다니는 곤충들에 의해 수정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개미나 벌레들이 쉽게 모여들도록 뿌리 쪽에 붙어서 피고, 생선 썩는 냄새를 풍긴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참 지혜로운 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유희봉 시인은 시 ‘족두리풀’에서 이렇게 그 모습을 그렸습니다.
“고구마 이파리 두어 개 속으로 / 엄지손톱 만한 꽃이 피어 / 관심 있게 봐야 보이는 / 뿌리 근처에 맺히는 그대 진실 / 멀리 떨어진 나뭇잎처럼 잘 띄지 않는 족두리 풀같은 / 그 사랑을 보지 못한 채 살았네”
족도리풀의 꽃은 부리 근처에 작은 항아리모양으로 달린다. 사진=조용경
예전에 경기도 포천 지방에 꽃 아가씨라 불리던 예쁜 처녀가 있었는데 어쩌다 중국에 공녀(貢女)로 팔려나가게 되었고, 고생 고생하다가 중국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그 사이에 그녀의 어머니도 죽었는데, 모녀가 죽은 뒤 처녀가 살던 집 뒷마당에 풀이 자라기 시작했고, 그 꽃이 처녀가 시집갈 때 쓰는 족도리 모양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꽃 아가씨의 한이 맺힌 꽃이라 하여 ‘족도리풀’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애달픈 전설이 있으며, 그래서인지 꽃말이 ‘모녀의 정’이라고 합니다.
말린 뿌리는 은단이나 박하사탕의 맛을 내는 원료로 쓰이고, 한방에서는 '세신'이라는 약재로 쓰는데 진해·거담·진통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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