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계곡에서 피어난 작은 새들의 지저귐, 현호색

우리나라에 애기현호색, 댓잎현호색 등 총 20여 종 자생…이른 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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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호색은 작은 새들이 무리지어 앉아서 노래를 하는 모습 같다. 사진=조용경


3월 하순에 들어 야산의 계곡을 거닐다 보면 파란색 혹은 연보라색의 작은 새들이 떼를 지어 앉아서 합창하는 것 같은 모양의 예쁜 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현호색(玄胡索)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꽃입니다. 

현호색은 쌍떡잎식물로 양귀비목 현호색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산지의 계곡이나 습기가 많은 지역에서 자생합니다. 

땅속에 있는 지름 1cm 정도의 덩이줄기에서 나온 줄기는 15~20cm 정도까지 자라며, 그 밑부분에 포 같은 잎이 1개 달린 후, 가지가 여러 갈래로 갈라집니다. 

덩이줄기는 검은색(玄)이며, 줄기가 서로 꼬이면서(索) 나오고, 만주 지역(胡)에 많다고 하여 현호색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4월에서 5월에 걸쳐 피는 꽃은 파란색 또는 연한 보라색이며 총상꽃차례(긴 꽃대를 중심으로 같은 크기의 여러 개의 꽃이 꽃자루에 매달려서 피는 형태)로 5~10개가 달립니다. 

현호색의 꽃말은 보물주머니다. 꽃 뒷부분의 꿀주머니가 주머니를 닮은 탓일까. 사진=조용경


꽃 앞부분은 연한 홍자색의 입술 모양을 하고 있고, 뒤쪽으로 꿀주머니가 길고 넓게 퍼져 있습니다. 

현호색의 꽃말은 ‘보물 주머니’인데, 뒤로 길게 퍼진 꽃자루에 꿀이 가득 들어 있어서 그런 꽃말이 붙은 것 아닐까 싶습니다.

덩이줄기에는 모르핀과 유사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한방에서는 진통제, 진경제, 진정제로도 사용하고 있다고 하네요.

중년 이후 세대에게는 익숙한, 속이 더부룩할 때 즐겨 마시던 ‘까스활명수’의 주성분 가운데 하나도 바로 이 현호색이라고 합니다.

현호색은 종류가 다양하지만 '현호색'이라는 이름으로 통일이 되어 있다. 사진=조용경


현호색과의 식물은 종류가 매우 다양해서 전 세계에 약 300여 종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애기현호색, 댓잎현호색, 갈퀴현호색, 가는잎현호색, 빗살현호색, 둥근잎현호색 등 20여 종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종류들과 같이 교잡종이 많이 나타나고 있어서 '현호색'이라는 단일종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른 봄에 가장 많이 보이는 꽃이면서도,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현호색, 이번 봄에는 현호색 한 가지라도 확실하게 알고 지나가면 좋겠습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