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할미꽃은 정선, 영원 일대의 동강변 바위에 붙어서 핀다. 사진=조용경
‘뒷동산에 할미꽃, 허리 굽은 할미꽃…’
어린 시절에 즐겨 부르던 동요의 한 구절입니다. 어렇게, 우리가 아는 할미꽃은 허리가 굽은 꽃입니다.
그런데요. 3월 말이 되면 강원도 영월과 정선 일대를 흐르는 동강 변의 석회암 지대 바위 틈에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처녀같은 할미꽃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동강할미꽃’입니다.
동강할미꽃은 쌍떡잎식물입니다.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종입니다.
동강할미꽃은 바위 속의 석회암 성분으로 줄기가 꼿꼿하게 고추 선다. 사진=조용경
할미꽃은 허리가 굽은 데다, 흰 털로 뒤덮인 열매가 할머니들의 흰머리 같다 하여 붙은 이름인데, 동강할미꽃은 특이하게도 꼿꼿하게 서서 하늘을 향해 핍니다.
아마도 바위에 함유된 석회암 성분에 그리된 것 같기도 합니다.
매년 3월이면 석회암 바위 틈에 뿌리 박은 굵은 뿌리에서 옆으로 퍼지면서 피어납니다. 잎은 표면이 짙은 녹색이며, 표면을 제외한 전체가 솜털로 덮여 있습니다.
꽃은 3월 말부터 4월에 걸쳐 피어납니다. 꽃줄기 끝에서 위를 향해 1개씩 달리며, 자주색, 홍자색, 분홍색, 흰색 등으로 색이 다양합니다.
척박한 석회암벽에 뿌리를 내려서 겨우내 혹한을 이겨내고, 봄이 오기 무섭게 화사한 꽃들을 피워내는 동강할미꽃은 생명의 귀함과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 주는 ‘생명의 꽃’이기도 합니다.
동강할미꽃은 험준한 바위틈에서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생명의 꽃이다. 사진=조용경
동강할미꽃은 1990년대 중반, 사진작가 김정명씨에 의하여 최초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고 이영노 박사님에 의하여 '동강할미꽃'이란 학명을 받은 희귀종입니다.
이홍섭 시인은 동강할미꽃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절벽 끝에서 처녀보다 더 빛나는 동강할미꽃도 자기 이름을 처음 불러준 이가 참으로 미웠을 것이다. 미워서 맑디맑은 동강에 얼굴을 비추고는 동강처녀꽃, 동강처녀꽃 하고 수없이 되뇌었을 것이다. 되뇌이다, 되뇌이다 처녀보다 더 빛나게 되었을 것이다.”
화사하게 피었다가 머리를 풀어헤치며 지는 모습 때문인지, 꽃말은 ‘슬픈 추억’ 이라고 하네요.
유독성 식물로, 뿌리를 이질 등의 지사제로 사용합니다. 민간에서는 학질과 신경통에도 씁니다. 백두옹(白頭翁), 또는 노고초(老姑草)라고도 부릅니다.
아이들 손잡고 정선 동강으로 '동강할미꽃 나들이' 한 번 하시면 어떨까요.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사)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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