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송이풀은 줄기가 곧고 가지를 많이 뻗는다. 사진=조용경
가을에 접어들면서 산이나 들의 양지 바른 풀밭에서, 무성하게 뻗은 가지에 분홍색 혹은 자주빛 작은 꽃들이 다닥다닥 붙은 식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색감이 어찌나 고운지, 한참 들여다 보고 있으면 현기증이 일어날 것 같은 예쁜 꽃입니다. 이 녀석이 바로 '나도송이풀'입니다.
나도송이풀은 쌍떡잎식물이면서도 현삼과에 속하는 반기생(半寄生)의 한해살이풀입니다.
녹색 잎이 있어 자체적으로도 일부 광합성 작용을 하지만, 뿌리를 주변에 있는 다른 식물체의 뿌리에 연결해서 영양분과 수분을 공급 받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반기생 식물이라고 부른답니다.
그래서인지 뿌리를 땅 속 깊이 내리지 못하고 쉽게 뽑힙니다.
나도송이풀은 영양공급의 일정부분을 다른 식물의 뿌리에서 공급받는 반기생식물이다. 사진=조용경
꽃 모양이 '송이풀'을 닮았다고 하여 '나도송이풀'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습니다.
잎이 마주나고 삼각형이며 길이가 3~5cm, 끝은 뾰족하며 새의 깃처럼 깊게 갈라집니다. 갈라진 조각은 가장자리에 깊은 톱니가 있으며, 앞 뒷면은 자줏빛을 띱니다.
꽃은 8~9월에 걸쳐 분홍색이나 연한 자주색으로 피며, 줄기 위쪽의 잎겨드랑이에 하나씩 달립니다.
화관(꽃부리)은 2cm 정도의 원통형인데, 끝이 입술모양으로 갈라지는 순형(脣形) 화관입니다. 윗입술꽃잎은 짧으며 2개로 갈라지고 반쯤 바깥쪽으로 말립니다.
충매화(蟲媒花)이기 때문에 꽃통 속으로 파고드는 곤충을 맞아들이기 쉽게 하기 위해서인 듯 합니다.
나도송이풀은 꽃이 입술모양으로 갈라지고, 아랫입술꽃에 쌀알 모양의 하얀 돌기가 있다. 사진=조용경
아랫입술꽃잎은 3개로 갈라지며, 쌀알 비슷한 2개의 하얀 돌기가 솟아 있습니다.
수술은 네 개인데, 두 개가 다른 것보다 깁니다. 암술은 하나입니다.
나도송이풀의 꽃말은 '욕심'이라고 합니다. 곱고 여리게 보이는 꽃의 생김새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인데, 영양공급을 다른 식물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반기생식물의 특성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라 잡초 취급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나도송이풀은 꽃이 귀한 가을에 피는 참으로 예쁜 꽃이랍니다.
혹시 만나시게 되면 '나도송이풀!'하고 이름 한 번 불러주세요.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사)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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