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실바위취는 중부 이북의 높고 깊은 산 계곡의 습기많은 바위틈에서 자생한다. 사진=조용경
혹시 '구실바위취'라는 꽃을 보신 분 있을까요?
아마도 특별히 야생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아니면 거의 이름도 처음 들어보실 것 같습니다.
야생화 전문가라 해도 보기가 쉽지는 않을 만큼, 높고 깊은 산속의 습기가 많고 이끼가 덮인, 그늘진 바위틈에서 자라나 피는 꽃이 바로 '구실바위취'입니다. 구실바위취는 쌍떡잎식물로, 범의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늦은 봄이 되면 겨울을 지낸 뿌리줄기 끝에서 땅속 줄기가 옆으로 뻗습니다. 그 땅속 줄기에서 나오는 잎은 거꾸로 세운 달걀 모양으로 크기가 5~8cm 정도입니다. 잎끝은 뾰족한데, 앞면은 짙은 녹색으로 매끈하며, 뒷면에는 샘털이 있습니다.
잎자루는 길이가 10~20cm로 연한 자주색을 띠고 역시 샘털이 있습니다. 7월이 되면 잎들 사이에서 꽃자루가 25cm 내외의 높이로 올라오고, 그 끝에 살짝 녹색이 감도는 흰색의 꽃들이 원추꽃차례로 다닥다닥 붙어서 핍니다.
구실바위취 꽃에는 16개의 수술이 있고, 그 끝에는 구슬같은 작은 자주색 꽃밥이 달린다. 사진=조용경
꽃잎은 다섯 장으로 거꾸로 세운 바소꼴입니다. 16개의 흰색 수술이 나오는데, 수술은 작은 성냥을 한 개피씩 꽂아 놓은 것처럼 끝에 자주색의 구슬 같은 꽃밥이 달립니다.
이 꽃밥을 볼록렌즈를 통해서 확대해 보면 정말 귀여운 모양입니다.
구실바위취라는 이름은 이처럼 구슬 같은 꽃밥이 달리는 꽃이라 해서 붙은 이름인 것 같은데, 그래서 '구슬바위취'라고 불린다고도 합니다.
구실바위취 꽃은 밤하늘에서 아주 작은 불꽃들이 터지는 것처럼 아름답다. 사진=조용경
꽃의 전체적인 모양새는 마치 밤하늘에서 수도 없이 많은 작은 불꽃들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 같은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열매는 삭과로서 9~10월에 익는다고 합니다.
어린 순은 식용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의 고유종으로 덕유산 이북의 충북이나 강원도 고산지대에서 주로 분포한다고 합니다.
구실바위취의 꽃말은 '절실한 사랑'입니다.
저는 10년 전쯤의 어느 무더운 여름날, 강원도 삼척의 험준한 산길을 세 시간 가까이 오르내린 끝에 계곡의 작은 폭포 옆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구실바위취를 꼭 만나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에 그랬었지요.
그래서 '절실한 사랑'이라는 꽃말이 제 가슴에 절실하게 와 닿습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사)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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