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국은 크고 아름다운 헛꽃으로 곤충을 유혹한다. 사진=조용경
크고 화려한 가짜 꽃을 피워서 곤충들을 유인한 다음, 가짜 꽃 가운데 숨어있는 진짜 꽃에 씨받이를 하는 식물이 있다는 걸 아시나요?
'산수국'이란 꽃이 그러합니다.
산수국은 쌍떡잎식물로 장미목, 범의귀 과에 속하는 낙엽관목(나무꽃)입니다.
6월 하순부터 8월에 걸쳐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산야에서 다양한 색깔로 피어나는 화려한 꽃이랍니다.
주로 200~1400m의 산지에서 습기가 많은 골짜기나 바위틈에서 자생합니다. 키는 1m 내외로 자랍니다. 5~15cm 길이의 가늘고 긴 잎은 달걀 모양이고, 끝은 거북꼬리처럼 길고 날카로우며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나 있습니다.
산수국은 꽃가지가 아래에서 위로 차례대로 달리는 '산방꽃차례'로 꽃을 피운다. 사진=조용경
6~7월에 걸쳐 줄기 끝에서 '산방(繖房) 꽃차례'로 피는 꽃은 하얀색, 붉은색, 하늘색 등으로 색이 다양합니다. 가운데 수술과 암술이 밀집한 수많은 작은 꽃(진짜 꽃)이 있고, 주변으로 지름 2~3cm 가량의 무성화(가짜 꽃)가 있습니다. 전체 꽃의 크기는 5~12cm 정도입니다.
이 가짜꽃들의 아름다움에 혹하여 달려 든 곤충들이 꽃가루받이를 해주게 되는데, 꽃가루받이가 끝나게 되면 이 가짜 꽃들은 거꾸로 뒤집어지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얼굴마담' 역할이 끝났다는 것이겠지요.
학자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수많은 진짜 꽃들을 아름답게 피우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아껴서 수많은 씨앗을 만들어내기 위한 산수국의 전략적 선택이라고도 얘기합니다.
산수국은 주변의 토양성분에 따라 개화과정에서 색깔이 다양하게 변한다. 사진=조용경
산수국의 꽃말은 '변심'입니다. '변하기 쉬운 사랑'이라는 꽃말도 있습니다.
산수국은 개화 과정에서 색깔이 다양하게 변합니다. 하얗게 피다가는 연분홍색으로 변하기도 하고, 처음에는 파란색이었던 것이 보라색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토양이나 주변의 상황에 따라 색깔이 변한다고 하여 그런 꽃말이 붙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꽃들이 많지 않은 6~7월의 우리 산하는 '산수국'의 독무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이 맘때면 제주도의 중산간 지방은 다양한 색의 산수국으로 수를 놓은 듯 아름답게 변모합니다.
산에서 이 꽃을 만나면 "네가 '산수국'이구나!"하고 인사라도 건네 보시면 어떨까요.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사)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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