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푸른 외눈박이눈, 외계인을 닮은 나도수정초

국립수목원에서 지정한 희귀식물...수정같이 하얗고 투명하게 반짝여 꽃말은 '숲속의 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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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과 같은 균류의 생존방식으로 살고 있지만, 나도수정초는 엄연히 쌍떡잎식물로 노루발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사진=조용경

[데이터뉴스=조용경 객원기자] 한라산의 숲이 우거진 중산간 지역이나 곳자왈 지역을 거닐다가 키가 작은, 파란 외눈박이 외계인을 만나 보신 적이 있습니까?

몸체에서 하얗다 못해 투명하게 빛을 내 뿜는 녀석 말입니다.

4월에서 7월에 걸쳐 제주도나 중남부 지역의 숲이 우거지고 습기가 많은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 속 외계인의 모습을 쏙 빼 닮은 꽃, 바로 나도수정초입니다.

나도수정초는 자체에 엽록소가 없어서 광합성을 하지 못하고 부엽토에서 양분을 흡수하여 살아가는 부생식물입니다.

버섯과 같은 균류의 생존방식으로 살고 있지만, 나도수정초는 엄연히 쌍떡잎식물로 노루발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나도수정초의 줄기는 원추형으로 곧추서며 키가 10-20cm 정도로 자랍니다.

비늘조각 모양의 잎은 보통 다섯 장이며, 어긋나기로 빽빽하게 나고 끝은 둥글며육질입니다.

꽃은 4-6월에 걸쳐 흰색으로 피며, 줄기 끝에 하나가 종 모양으로 밑을 향해 달리는데, 크기는 2cm 내외이고, 꽃 속으로 보이는 암술대는 파란색, 때로는 옅은 노란색을 띠기도 합니다.

이처럼 파랗게 빛나는 암술대가 마치 외계인의 눈을 들여다 보는 것 같은 신비스러움을 선사한답니다.

나도수정초는 우리나라 10여 곳에서 자생하고 있는 희귀식물이다. 사진=조용경

나도수정초는 과거에는 수정난풀에 통합되어 있었으나, 대단히 비슷해 보이는 이 두 식물은 꽃이 피는 시기가 서로 달라서, 나도수정초는 봄에, 그리고 수정난풀은 여름을 지나서 꽃을 피웁니다.

, 나도수정초의 열매에는 액체가 들어있으나 수정난풀은 껍질이 터지는 마른 열매라는 점에서도 서로 다른 식물입니다.

전국적으로 10여 곳에서 자생하고 있는데, 국립수목원에서는 희귀식물로 지정했습니다.

나도수정초의 꽃말은 숲 속의 요정입니다. 어두운 숲 속에서 수정같이 하얗고 투명하게 반짝이는 모습을 보면 금세 숲 속을 날아다니며 춤 주는 작은 요정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이제 곧 봄이 오면 한라산의 고즈넉한 숲 속을 헤매다, 예쁘고 귀여운 요정을 대면해 보시기 바랍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