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처연한 기다림의 이름, 동자꽃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 비교적 높은 산에 서식... 석죽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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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색깔 뽐내며 고개를 내민 모습이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듯 하다. 사진=조용경

[데이터뉴스=조용경 객원기자] 한여름 높은 산 숲길을 걷다 보면 우거진 풀섶에서 마치 어린아이가 고개를 내밀고 방긋 웃는 듯한 주홍색의 꽃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색이 너무도 고와서 그런지 약간은 처연한 느낌마저 드는 꽃이 꽃이 바로 동자꽃입니다.

동자꽃은 쌍떡잎식물이며 패랭이꽃과 같은 석죽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동자꽃은 대체로 풀이 우거진 사이에서 피는데, 땅속 뿌리에서 줄기가 몇 개씩 모여서 올라오며, 고추 서고 군데군데 뚜렷한 마디가 있습니다.

높이는 50cm에서 1m까지도 자랍니다.

잎은 마주나기로 나며, 긴 타원형, 혹은 둥근 타원형이고 끝은 뾰족합니다.

고도에 따라 6월 하순에서 8월 중순까지 주홍색, 또는 흰색의 꽃이 줄기나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짧은 꽃자루 끝에 한 송이씩 달립니다.

꽃의 크기는 화경이 4cm 내외이며, 꽃받침은 길쭉한 곤봉모양이고, 끝이 다섯 가닥으로 갈라집니다.

동자승의 기다림을 담은 꽃, 꽃잎엔 발그레한 얼굴이 담긴듯 하다. 사진=조용경

꽃잎은 다섯 장으로 납작하게 벌어지며, 끝은 오목하고, 양쪽 아래에 돌기가 있습니다. 꽃잎 안쪽에는 열 개의 작은 비늘조각이 있고, 수술은 열 개, 암술대는 다섯 개가 있습니다.

동자꽃은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의, 비교적 높은 산에서 자랍니다. 그런데 피는 형태를 보면 산 아래를 향해, 뭔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 같습니다.

도대체 뭘 기다리는 걸까요?

오랜 옛날, 겨울 철에 높은 산속 암자에서 양식을 구하러 마을로 내려간 스님을 기다리던 어린 동자승이 눈이 많이 쌓여서 올라 오지 못하는 스님을 기다리다, 추위와 배고픔으로 죽고 말았다고 합니다.

봄이 되어 산으로 올라 온 스님이 그 동자승을 묻어 준 자리에서 동자승의 발그레한 얼굴을 닮은 예쁜 꽃이 피어나자, 동자꽃이라고 이름 지었다는 가슴 아픈 전설을 품고 있는 꽃이지요.

그래서 동자꽃의 꽃말도 기다림이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전설을 알고 나니, 동자꽃을 볼 때마다 처연한 느낌이 들었던 연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