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한들거리며 연약해 보이는, 그러나 독성 강한 투구꽃

투구를 닮아 투구꽃, 까마귀 머리와 비슷해 '초오'라고도 불려...강한 독성지녀 사약재료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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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꽃은 우리나라 중부 이북지역의 높은 산 골짜기나 그늘진 곳에 주로 피어난다. 사진 = 조용경

[데이터뉴스=조용경 객원기자] 온 산하에 가을 기운이 덮이기 시작할 무렵, 높은 산 계곡을 걷다 보면 그늘 속에서 여러 송이의 보라색 꽃들이 무더기를 이루어 한들거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투구꽃입니다.

조선 시대에 악독한 여인의 표상이었던 장희빈이 먹고 죽은 사약 성분이 무엇인지 아시는가요?

기록에 의하면 장희빈은 초오(草烏)라는 약재로 만든 사약을 먹고 죽었다고 합니다.

초오가 바로 투구꽃이지요.

투구꽃은 쌍떡잎식물에 속하며,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 풀인데, 꽃의 모양이 그리스나 로마 병사들이 쓰던 투구를 닮았다 하여 투구꽃이라고 부르며 까마귀머리와 비슷하다고 하여 초오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서양 이름은 ‘Monk’s Hood’(수도사의 모자)이고, ‘돌쩌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하나 같이 모양을 보고 붙인 이름이겠지요.

투구꽃은 우리나라 중부 이북 지역의 높은 산 골짜기, 그늘진 곳에서 자랍니다.

높이가 1m 정도까지 자라는데, 뿌리는 마늘 비슷한 덩이줄기이며, 줄기는 곧게 섭니다. 줄기가 덩굴식물처럼 뻗어가지만 덩굴식물은 아닙니다.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며, 손바닥 모양을 3~5 갈래로 갈라집니다. 각 갈래의 가장자리에는 둔한 톱니가 있습니다.

꽃은 7~9월에 걸쳐 청자주색으로 피는데, 지형 조건에 따라 진한 보라, 연한 보라, 드물게는 흰색으로도 핍니다. 총상 또는 겹총상 꽃차례로 달리며 꽃줄기에는 털이 듬성듬성 나 있습니다.

수술은 여러 개이며 씨방은 3~4개로 늦가을에 검은색의 골돌형(여러 개의 씨방으로 이루어지고 익으면 벌어지는 열매의 형태) 열매를 맺습니다.

 

꽃은 7~9월에 청자주색으로 피는데, 조건에 따라 보라색이나 드물게는 흰색으로도 핀다. 사진 = 조용경

유독 성분인 아코나이트(Aconite)가 함유되어 있어서 강한 독성이 있기 때문에 조선 시대에는사약의 재료로 사용되기도 한 식물입니다.

투구꽃의 꽃말은 산까치라고 합니다. 다시 보니 산까치가 와서 앉은 모양 같기도 합니다.

지금은 늦은 계절이지만, 눈에 잘 익혀 놓으셨다가 언젠가 만나게 되면 네가 투구꽃이로구나하고 이름 한 번 꼭 불러 주세요.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