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CEO] 삼성그룹, 소폭인사 전망속 실적 나쁜 CEO '불안불안'

전자계열 CEO 실적 양호 '안심'...희비 엇갈린 비전자 계열은 유임 장담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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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뉴스=강동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복귀 후 처음 실시하는 삼성그룹 계열사 CEO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재계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으로 그룹 전반의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인데다, 계열사 CEO 선임 시점이 얼마되지 않은 점, 승계관련 리스크가 완전하게 해소되지 않은 점을 들어 이번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때문에 인사를 앞두고 발표된 3분기 기업 실적이 더 주목을 끈다. 기대치에 못 미친 계열사 CEO는 그만큼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22일 데이터뉴스가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 대표이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현재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 대표 20명 중 60%인 12명이 올 초 취임해 다른 그룹에 비해 평균 재직기간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인사에서 60대 CEO를 용퇴시키며 세대교체를 단행한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상당수 대표가 취임 1년도 되지 않아 이번 그룹 CEO 인사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대체로 양호한 것도 소폭 인사를 예상하게 하는 요인이다. 다만,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지난해 유임된 CEO를 중심으로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파행을 겪었던 삼성그룹 연말 정기인사는 올해 정상화돼 12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각 계열사별로 실시될 전망이다.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등 대표이사 3인방이 올 초 취임한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하며 순항해 인사 바람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누적 약 48조 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반도체 쏠림에 대한 평가가 관건이다. 주로 반도체 부문의 압도적인 실적에 기인한 것이지만, 타 사업부문의 부진도 원인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등 무선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IM부문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디 8.1% 줄었다. 중국 기업들의 추격 속에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신제품에 판매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고동진 IM부문장의 교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IM부문의 실적 저하는 외부 요인이 강한데다 내년이 폴더블폰, 5G 모델 출시 등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재편되는 시기여서 현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그룹 전자계열 상장사들은 올해 대체로 만족스러운 실적을 보여 해당 기업 CEO들은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2015년부터 삼성전기를 이끌고 있는 이윤태 사장은 비교적 재임기간이 길지만 올해 역대급 실적을 거둬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306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초호황에 힘입어 올해 3분기만에 7658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284.1%에 달한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과 홍원표 삼성SDS 사장도 좋은 실적을 앞세워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2016년 9263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삼성SDI는 전영현 사장 체제가 시작된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데 이어 올해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SDS도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7.9% 증가했다.


삼성그룹의 비전자 계열은 기업별로 실적이 엇갈려 일부 계열사 CEO는 유임 여부가 불투명하다. 

삼성전자와 같이 올 초 3명의 신임 대표가 취임한 삼성물산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44% 성장하는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사업부문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이영호 대표가 맡은 건설부문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81.0% 증가했으며, 고정석 대표가 이끄는 상사도 13.0% 증가했다. 반면, 정금용 대표가 맡은 리조트 부문은 42.5% 감소해 비상등이 켜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가 지속되면서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 중 실적이 가장 저조했다. 하지만 조선업계의 장기 불황으로 올해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발표한 바 있어 지난해 말 구원투수로 등장한 남준우 사장의 거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초점은 남준우 대표의 ‘2019년 흑자전환 선언’을 내년에 실현할 수 있느냐에 맞춰지고 있다.

육현표 에스원 사장은 2014년 말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후 호실적을 이끌어 오다, 3분기에 현장직원 400여명을 충원하면서 누적 영업이익이 줄었다. 하지만 더욱 치열해진 경쟁시장에서 조직을 안정화하고 꾸준히 매출을 확대하고 있어, 육 사장이 에스원을 이끌 가능성은 여전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융당국이 고의적 분식회계를 했다고 보고 대표이사 해임을 권고한 상태여서 김태한 사장의 앞날을 점치기 어렵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흑자전환에 이어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87.1% 증가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1957년생으로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 대표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김 대표는 2011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이끈 장수 CEO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삼성바이로직스를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1위로 성장시켰지만, 금융당국의 해임권고를 외면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은 올해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41.2% 감소한 삼성생명은 현성철 대표가 취임한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을 33.1% 증가시키는 반전을 만들었다. 2021년 3월까지 임기인 현 대표는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반면, 최영무 사장이 올 초 대표이사로 취임한 삼성화재는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 줄어들었다. 최 사장은 1963년생으로 삼성 계열 상장사 CEO 중 젊은 편에 속한다. 삼성화재 공채 출신 첫 내부 승진 케이스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순이익 감소는 아쉬움을 남겼다.  

삼성증권은 배당사고로 구성훈 전 대표가 물러나는 홍역을 치른 가운데에서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41.4% 증가했다. 지난 7월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은 장석훈 부사장이 혼란 속에서 조직을 잘 추스려 계속 회사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그룹 인사에서 금융 계열사 CEO 중 유일하게 자리를 유지한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원 사장은 2014년부터 삼성카드를 이끌어왔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악재 속에서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9.9% 줄어든 것도 원 사장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가 되고 있다.

lavita@datanews.co.kr